온천천 '똥다리'에 거리예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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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앞 온천천 변 벽면에 부착된 그라피티 작가 A 씨의 그림. 산책하던 시민들이 궁금한 듯 발길을 멈춘 채 대형 인물화를 구경하고 있다. 정종회·이대진 기자 jjh@

"못 보던 그림인데?" "누구 얼굴이지?"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빼앗긴다. 7일 오전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과 부산대역 사이 온천천 변에 대형 인물화 5점이 나붙어 있었다. 며칠 전까지 황량했던 벽면이 '거리 갤러리'로 변했다.

도시철도 장전역~부산대역
대형 인물화 5점 나붙어
그라피티 원조 작가의 작품
신분 감추며 '비밀 작업'
시내 곳곳에 30여 점 부착 예정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 작품은 지난 6일 오전부터 온천천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그림을 언제, 누가 그려 붙이고 갔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어렵게 수소문을 해 연락이 닿은 작가의 정체는 부산대 앞 '거리예술'의 창시자인 A 씨.

A 씨는 지난 1999년 소위 '똥다리'로 불리던 부산대 앞 온천천 변에 그라피티 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인 인물이다.

그의 작업을 필두로 2000년대 장전~부산대~온천장역 아래 온천천 변은 그라피티 작가들의 주 활동 무대가 됐다. 그라피티를 배경으로 래퍼와 스트리트 댄서들이 모여들면서, 이 일대는 거리예술과 인디·힙합 문화의 산실이 됐다.

하지만 2011년 온천천 정비 사업으로 벽면에 타일이 깔리면서 그라피티 작가들의 '캔버스'가 사라졌고, 거리 예술가들도 하나 둘 부산대 앞을 떠났다.

4년 만에 다시 부산대 앞으로 돌아온 A 씨의 작업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가 선보인 인물화는 그동안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모습을 그린 것. 인디음악가 김태춘, 김일두를 비롯해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 김건우 대표, 비보이 양문창 등 다양한 장르의 젊은 예술가 41명의 모습을 30여 장의 그림에 담았다.
래커 스프레이 대신 검은색 '마카'를 들고, 벽이 아닌 종이 위를 채웠다. 완성된 그림들을 거리에 붙인 뒤 사진으로 기록해 책자에 담는 것이 이번 작업의 완성이다.

A 씨는 지난달 말 부산대 앞 한 대안공간에서 출정식을 겸한 작품 전시회를 했다. 또 지난 5일부터 거리 부착과 사진 기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 부산대 앞과 송도해수욕장 일대에 10여 점을 붙였고, 이번 주 내로 나머지 작품들을 부산시내 곳곳에 부착할 예정이다. A 씨는 거리 예술의 특성상 철저히 신분을 감추면서 '비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 씨는 "인적이 없는 한밤을 이용해 그림을 붙인 뒤 다음 날 아침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며 "비바람과 사람의 손길로 그림이 훼손되고 소멸하는 과정도 이번 작업 한 부분인 만큼 편하고 재밌게 감상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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