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로 세상보기] 18. '분갈이'는 식물에게 고문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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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멍이 없는 화분에서 예쁘게 자라는 화초. 박중환 제공

실내 분식물(盆植物)을 제자리에 둔 채 물을 흠뻑 주긴 어렵다. 그랬다간 물받이에서 넘친 물 때문에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배수가 되는 베란다나 화장실에 옮겨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 회(5월 1일 자)의 독자 중에서 왜 물을 흠뻑 주어야 하는지 궁금한 분이 많은 듯하다. 이번 회에는 그 이유를 설명하고 수고를 덜 방법을 소개할까 한다.

물을 흠뻑 주어야 하는 이유는 화분 구조와 흙의 삼투압(渗透壓) 작용 때문이다. 식물을 심는 용기, 즉 화분의 밑바닥에는 으레 물구멍이 있다. 분식물에 물을 주면 3분의 2 이상은 화분의 내벽(內壁)을 타고 빠르게 흘러내려 물구멍으로 빠져나가고, 정작 뿌리가 있는 중앙부 흙에는 물이 스미지 않는다. 물에게 화분 내벽은 미끄럼틀과 같지만, 흙 알갱이 하나하나는 삼투압의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물받이에 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물을 찔끔찔끔 주면 중앙부의 흙에는 물이 아예 스미지 않고 굳어진다. 이 지경에 이르면 5가지 현상이 차례로 나타난다. 잎끝이 마르고 생기를 잃으며, 뿌리는 수분을 찾아 화분 내벽 쪽으로 내몰리고, 굳어진 중앙부 흙은 돌처럼 경화되며, 중앙부 뿌리는 말라 죽고, 물을 흠뻑 주어도 중앙부에는 좀처럼 스미지 않는다.

이쯤 되면 '분갈이'를 할 때라고 여긴다. 분갈이는 중앙부의 경화한 흙덩이를 덜어내고 내벽 쪽에 몰린 뿌리를 안쪽으로 옮긴 뒤 흙을 채우며 다시 심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잔뿌리 대부분이 잘려나가기 때문에 그만큼의 수분 증산(蒸散)을 줄이기 위해 식물의 잎과 가지를 잘라야 한다. 식물은 이래저래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래서 찔끔찔끔 물주기와 분갈이는 식물에게 고문과 같다. 분갈이 대신, 분식물을 베란다나 화장실에 옮겨놓고 1시간 간격으로 2~3차례 물을 흠뻑 주고, 다음부터 겉흙이 거의 마를 때 흠뻑 주기를 반복하라! 봄철이나 여름철 밖에 내놓고 비를 진종일 맞히면 더욱 좋다. 이렇게 하면 금세 생기를 되찾는다.

화분의 물구멍은 뿌리가 썩지 않도록 고인 물을 흘리는 안전장치다. 그러나 물을 찔끔찔끔 주면 되레 식물을 말려 죽이는 고문 장치로 변한다. 그래서 물을 줄 때는 반듯이 흠뻑 주고 흙이 마를 때, 즉 겉흙이 마르기 시작할 즈음 물을 주어야 한다. 흙이 마르면서 흡입된 외부 공기는 토양 내 유해가스를 밀어내는 한편 산소를 공급해 뿌리 생장을 돕는다. 물주기와 말리기의 요령을 이해했다면, 실내에서 분식물을 건강하게 키우기는 어렵지 않을 법하다. 그러나 물 줄 때마다 베란다나 화장실로 분식물을 옮기는 일은 간단치 않다. 분식물이 크고 무겁거나 작다 해도 많으면 더욱 그렇다.

물구멍이 없는 화분이나 용기에 식물을 키우면, 물 줄 때마다 옮기지 않아도 되고 중앙부 흙의 경화와 분갈이 걱정도 없다. 적정량의 물을 겉흙이 마를 때 주면 만사형통이다. 고인 물이 삼투압으로 서서히 중앙부까지 스미는 데다, 비료 성분이 유출되지 않아 시비(시비) 걱정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의 적정량은 화분용량의 4분의 1 정도이다. 만약 실수로 많이 주었다면 화분을 천천히 기우려 쏟아버려라. 가끔 이렇게 하면 토양의 지나친 산성화도 줄일 수 있다. 요령을 터득했다면 그릇이나 물통과 같은 예쁜 생활 용기를 재활용하여 멋진 분식물을 연출해보자. 단, 뿌리 크기보다 너무 깊고 큰 용기는 피해야 한다. 다음 회(5월 15일 자)는 7가지 요령(5월 1일 자 참조) 중 나머지 ⑤~⑦을 설명한다. 박중환/'식물의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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