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낚시의 세계 '필드 스태프' 인기 비결 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빨간 모자' 낚시인엔 선망의 대상, 용품 회사엔 일급 동반자

낚시 필드 스태프 제도가 최근 확산일로에 있다. 부산의 낚싯대 생산업체인 '천류'의 필드 스태프 민물 팀장 김중석 씨.

빨간 모자를 쓰고 갯바위에서 늠름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해병대 조교냐고? 아니다. 등판에 커다랗게 새겨진 이름, 그리고 발아래 살림망엔 대물 감성돔 2마리. 그는 낚싯줄 회사 '조무사' 바다낚시 필드 스태프다. 빨간 모자는 한때 오직 그들만이 쓸 수 있는 특권이었다. 물론 모자를 쓸 수 없는 사람에게는 부러움과 질시의 눈초리를 받았다. 낚시계에서 맹활약하는 필드 스태프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보자.

■명예의 전당에 오르다

무늬오징어 전문 채비를 유통하는 야마리아 필드 스태프 이승호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에깅(오징어 루어낚시) 전문가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낚시 분야이기 때문에 야마리아 필드 스태프를 원했다. 닉네임이 들어간 '타이슨의 루어낚시'라는 블로그 활동도 열심이다.

낚시 실력 인정받는 '명예'
업체는 제품 홍보 위해 후원
HDF해동조구사 46명 최다
신제품 테스트·조언 등 활동
공짜 용품 쓰지만 홍보 부담도

참돔 낚시의 대가 이택상 프로도 오랫동안 일본 조구업체 시마노의 한국 유통회사 필드 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공식 직함은 프로 스태프보다 한 단계 높은 인스트럭터(강사)다. '프로 배서(배스 낚시인)'인 황정오 프로는 배스 전문 브랜드 '마탄자'의 필드 스태프 팀장이다. 전국 규모의 전문 프로 대회 상위권 입상이 수두룩한 실력파이다. 조구업체 필드 스태프가 된다는 것은 낚시 실력이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 더 앞서 있다는 것을 인정받는 일이다.

루어 채비 전문업체 '야마리아'의 이승호 씨.
황 프로는 필드 스태프를 굳이 구분 짓자면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프로 필드 스태프, 아마 필드 스태프, 프로슈머(prosumer·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이다. 이택상 프로처럼 프로 스태프에게 강사 자격을 주는 것은 회사의 예우다.

필드 스태프 제도는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김근희 낚시칼럼니스트는 일본 조구업체의 영향일 것이라고 말한다. 10년 전 일본 떡밥 제조업체의 필드 스태프로 2년 정도 활동했다는 김 칼럼니스트는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 조구업체가 자사 제품의 홍보를 위해 도입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조구경영자협회 김선관 회장도 조구업체 필드 스태프 제도의 시작은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프로 배서는 프로야구 선수나 농구선수에 버금갈 정도로 인기다.
빅배스를 걸어낸 '마탄자'의 김대훈 씨.
■조구업체와 '윈윈'

일정 규모 이상의 조구업체만 운영하던 필드 스태프 제도가 최근 확산일로에 있다. 바다낚시용 오동나무 구멍찌 전문 제조업체 세양푸가는 올해 들어 처음 6명의 프로 스태프를 지명하고 협약식을 맺었다. 세양푸가 신영진 대표는 "제품을 알릴 필요도 있고, 능력 있는 낚시인을 후원할 여력도 생겨 필드 스태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유명 낚싯대 업체인 은성은 민물 루어 브랜드인 '피나클'에 스태프 프로 스태프 3명을 포함해 10명을 두고 있다. 이들은 자사 제품과 함께 각종 대회의 참가비를 지원받는다. 스태프들은 제품 사용 후기와, 대회 입상 등을 통해 자신이 소속된 회사를 홍보한다.

가장 많은 필드 스태프를 운영하는 곳은 단연 HDF해동조구사다. 낚시 관련 전 제품을 생산 유통하는 해동조구사는 민물 19명, 바다 24명에 명예 스태프 3명까지 46명의 스태프가 활동한다. 전국 최대 규모의 조구업체답다.
조무사의 상징 '빨간모자'.
낚싯대 제조업체 천류도 올해 선상낚시 스태프 4명을 추가했다. 이미 바다와 민물, 루어 분야의 스태프를 운영 중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낚시를 발전시키는 방안이어서 선택했다고 했다.

필드 스태프는 유명 회사의 신제품을 남보다 더 빨리 사용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이나 시제품에 대한 의견도 제출해 생산에 반영하는 보람을 느낀다.

황정오 프로는 "최근 필드 스태프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입사보다 더 어려운 공채 과정을 거쳐야 활동할 수 있는 회사도 많다"고 말했다.

■아름답지만, 뒤안길도

필드 스태프 제도가 무작정 확산되면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한 조구업체 사장은 추천으로 필드 스태프를 뽑았다가 골칫거리가 생겼다. 이 스태프는 활동은 제대로 안 하면서 틈만 나면 제품 지원이 박하다고 전화를 해댔다는 것.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오직 홍보의 목적으로 많은 스태프를 모은 뒤 지원은 쥐꼬리만큼 하다가 낚시인의 지탄을 받은 경우다.

한 조구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A사의 경우 활동력이 떨어지는 스태프는 1년 계약이 끝나면 가차 없이 자르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 말했다. 필드 스태프를 모집할 때 블로그 운영은 필수이며 인터넷 카페 활동이나 각종 대회 수상 경력을 보는 것도 이유가 있다.

필드 스태프는 엄연하게 직업이 있는 낚시인들이 취미 삼는 활동이지만 오히려 족쇄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천류 민물 팀장 김중석 씨는 "회사에 있을 때는 회사 일만, 휴일엔 좋아하는 낚시를 한다"며 "일과 취미를 구분하지 않으면 취미 생활을 오래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무사 바다 팀장을 지낸 설정욱 씨도 "활동 당시 회사가 별도의 홍보는 요구하지 않고 낚시 열심히 하면서 명예만 지켜달라고 쿨하게 했다"고 말했다.

일부 여건이 좋은 회사는 넉넉한 활동비에다가 수상이나 각종 매체에 기사가 나면 포상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필드 스태프는 취미를 더 잘 즐기기 위해 활동한다.

한 낚시업계 관계자는 "조구업체가 영세하다 보니 넉넉한 조건으로 필드 스태프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천류 김병수 홍보실장은 "필드 스태프에게 과도한 활동을 바라기보다는 전문 낚시인의 사기를 살려준다는 입장에서 조건 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며 "그것이 조구업체도 살고 낚시도 활성화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