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성지' 구덕운동장에 아파트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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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현황. 부산시 제공

재개발이 확정된 부산 구덕운동장을 놓고 부산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간에 맡기자니 아파트를 짓겠다는 업체 외에 나서는 업체가 없고, 시 예산을 들여 재개발을 하자니 비용이 문제다.

이 상황에서 부산의 건축가 모임과 부산일보는 30일 구덕운동장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아이디어 콘서트'란 형식으로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市, 특혜 소지 민자 방식 수용 않기로
국·시비 투입하는 재정사업도 고려
본보·건축가포럼 아이디어 콘서트
역사성·공공성 살린 대안 찾기 나서

■아파트 개발 안 된다


부산시는 올해 초 주경기장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면 철거하는 재개발 방안을 확정했다. 사업 추진은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자 부산의 한 건설회사에서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전체 6만 6천142㎡의 3분의 1 이상에 초고층 아파트 3동을 짓고, 나머지 공간에 중앙광장과 상가, 호텔, 컨벤션센터 등을 넣는 재개발 방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앞 마당에 광장과 상가 등을 갖춘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부산시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콘셉트와 맞지 않고 특혜 소지가 다분해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부산시는 국내 대형 건설회사에 축구 전용경기장을 포함한 재개발 사업 추진을 요청했지만 해당 회사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고사했다. 돈이 되는 아파트나 대형 마트 등을 지을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대형 마트는 주변 상권을 흡수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부산시는 주거시설과 대형 마트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면서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시 예산을 투입하는 재정사업까지 고려하는 분위기다.

부산시 관계자는 "일부는 국·시비를 투입하는 재정사업으로, 일부는 민간투자를 받는 방식을 포함한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식이든 부산 체육의 성지라는 역사성과 공공성을 살리고 서부산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발 아이디어 모은다

구덕운동장 재개발이 지역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를 주제로 한 '아이디어 콘서트'까지 열리게 됐다.

지역 건축가들이 주축이 된 모임 '도시건축포럼B(회장 안용대)'는 부산일보와 함께 올해 네 차례에 걸쳐 '부산 재창조 아이디어 콘서트'를 열기로 하고, 그 첫 주제로 구덕운동장 활용 방안을 잡았다.

오는 30일 오후 7시 해운대구 부산디자인센터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건축가를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해 구덕운동장 재개발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풀어놓기로 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한 장의 스케치로 정리해 5~10분 동안 발표하고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부산일보는 이 중 일부를 지면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도 재개발에 참고하기 위해 이날 행사에 참석키로 했다.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다.

김승남 '도시건축포럼B' 대표 간사는 "지난 해 서울에서 애물단지가 된 노들섬 활용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전문가 스케치 전시의 경우 기린이 뛰어노는 동물원, 대관람차가 있는 놀이동산 등 자유분방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돼 화제가 됐다"며 "이번 행사도 노들섬 사례처럼 구덕운동장에 대한 재밌는 상상을 공유해 보는 유쾌한 경험을 통해 도시의 공공공간에 대한 발전적인 대안을 찾아가자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도시건축포럼B'는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도시건축을 지향하며 2010년 3월 창립된 모임으로, 건축 도시 조경 등 각 분야 전문가 3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지역이슈팀=손영신·이호진·이자영 기자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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