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위안화 금융과 부산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요즘 중국이 주도하여 설립을 추진 중인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가 화제다. AIIB의 초기자본금은 500억 달러(한화 약 55조 원)로 시작해 1천억 달러까지 증액할 예정이다. 이 자금들은 아시아 주요 국가들에 저리로 융자되어 댐, 도로, 항만 등의 인프라 건설자금으로 활용되는 등 아시아 역내 경제를 발전시키는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60개 가까운 국가들 AIIB 참가 신청
아시아 인프라 투자 참여 확보 이유
중국 지방 정부들 움직임 주시해야
칭다오, 한국 지방 정부와 협력 희망
부산, '일대일로' 사업 출발점 근처
국제금융도시 추진에 절호의 기회
이런 지역개발은행에 주요 20개국(G20) 중 13개국, 그리고 주요 7개국(G7)에서는 미국, 일본, 캐나다를 제외하고 4개국을 포함한 총 57개 국가(아시아 34개국, 유럽 20개국, 아프리카·아메리카 3개국)가 참가 신청을 했다. 왜 이리 많은 국가가 AIIB 참가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
그 이유는 아시아의 인프라시설 투자사업 참여 기회 확보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지역개발은행(ADB)의 추산에 의하면 2020년까지 중국의 신실크로드 구축을 포함해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인도 등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인프라 시설투자 수요가 약 8조 2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지역개발은행인 ADB의 연간 지원 규모는 100억 달러에 불과하고, 세계은행(WB)과 아시아 국가들에 의해 실질적으로 투자되는 금액도 500억 달러(2013년 실적)에 그치는 등 아시아 역내인프라 투자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인프라 개발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역개발 전담은행의 설립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AIIB 창립회원국 지위 확보를 통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 참여이다. 일대일로 사업은 2049년까지 35년간, 524억 7천만 달러(한화 약 58조 원)가 투자되는 대규모 장기프로젝트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주된 자금원이 바로 AIIB이고, AIIB의 창립회원국 지위를 확보해야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해당 국가의 기업들에 유리한 정책 결정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AIIB 설립을 통해 위안화 금융의 국제화는 가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지난 3월 말에 발표된 일대일로 사업 세부계획 중 하나인 금융협력 강화계획에 따라 일대일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중국 또는 인접국에 위안화 표시 채권발행을 허용하는 등 위안화를 매개로 한 다양한 자본거래가 국제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의 흐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위안화 역외 허브의 지위 공고화와 국제금융도시로서의 기반이 조성될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이런 연유로 영국과 룩셈부르크는 벌써 베이징에 자리잡게 될 AIIB 본부 외에 유럽에 설치될 AIIB 사무처를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우리의 경우는 중국 지방정부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일대일로 사업 수행을 위한 개발경험 습득을 위해 인접국과의 교류를 확대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업수행 재원 마련을 위한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와 금융업의 개방을 해당 지방의 발전 기회로 잡기 위하여 많은 공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해양경제 기반을 바탕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균형 있게 발달한 칭다오 시는 일대일로 사업의 해상 실크로드 경제권의 시발점이 되기 위해 한국 지방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길 원하고 있다. 이 도시는 동시에 금융산업 발전 및 국제협력을 통해 자산관리 금융종합개혁시범구로 특화된 국제무역 중심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이 산둥 성 정부가 중국 국무원에 신청한 '칭다오 자유무역시범지역'과 연계될 경우 한국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며 필연적으로 뒤따라올 금융산업 간 협력의 여지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이다.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인 유럽을 향해 진행되어 간다. 그 출발점인 중국의 동쪽 바로 옆에 부산이 있다. 부산은 항만설비 같이 물동량을 처리하는 인프라나 그 운영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홍콩·싱가포르와 같이 인프라와 금융의 융합을 통한 보다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 창출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 AIIB 설립과 위안화 역외금융센터를 통해 중국 금융 투자 관문이 열리고 있다. 세계 5위 수준의 항만운송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부산은, 중국의 이웃에 위치한 관계로 중국과 많은 것을 어렵지 않게 공유할 수 있는 지정학적·문화적 특징도 보유하고 있다. 부산의 국제금융도시 전략을 추진함에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