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조금만 신경 썼다면 7살 인영이 살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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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숨진 유 양의 가족과 지인들이 21일 병원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병원의 무성의와 방관이 예쁘고 똑똑한 7살 인영이를 죽였어요."

복통 호소해 두 번이나 병원행
구토·마비 '이상'에도 의사 안 와
뒤늦게 뇌경색 진단 … 때 놓쳐
부모·지인 '분노' 병원 앞 시위


21일 오전 부산의 한 종합병원 앞. 지난달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한번도 눈을 뜨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난 유인영 양의 부모와 지인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버지 유 모(33) 씨는 "병원 측이 인영이에게 관심을 갖고 CT(컴퓨터 단층촬영장치)나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조금만 빨리 찍었더라면 인영이가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의 무성의한 태도와 환자에 대한 방관적 태도에 분노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토요일 오전 3시 30분께 인영이가 복통을 호소해 이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X선으로 이상 소견이 없었던 인영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또 복통과 가슴 답답함을 호소해 응급실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인영이가 첫 진료를 받은 것은 오전 9시 30분께. 응급실이 아니라 외래로 진료를 받았다.

인영이는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X선 촬영을 하던 중 첫 경련을 일으켰다. 병원 측은 뇌염이나 뇌수막염을 의심해 뇌척수 검사를 했지만 아무런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다. 병원 측은 간질이나 신경섬유종일 수 있다며 주말을 보내고 30일 월요일 CT와 MRI 검사를 하자고 예약을 잡았다.

유 씨는 "인영이가 병원 측 검사를 받은 뒤 의식이 전혀 없고 몸의 반쪽을 사용하지 못하는 데다 구토를 하고 소변을 지리는 등 여러 이상 증후를 보여 병원 측에 이야기를 했으나 의사는 오지도 않고 간호사는 '원래 그렇다'는 안이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오후 5시쯤 인영이가 다시 경련을 일으켰고, 그 때 CT를 찍지 않으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자 병원측은 그제서야 CT와 MRI를 찍었고 뇌경색으로 진단했다"고 주장했다.

인영이가 뇌경색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 측은 과장이 와야 한다며 인영이의 이송을 2시간 30분 지체시켰다. 결국 인영이는 오후 9시 30분께 부산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뇌 감압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13일 병원 검사 이후 눈 한번 뜨지 못하고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유 씨는 "제2의, 제3의 인영이가 생기지 않도록 병원 측의 환자 무시와 방관적 태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씨 등 인영이 가족들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병원 관계자를 형사 고소하고, 병원을 상대로 민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고소를 한다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같은 제3의 기관을 통해 객관적 평가를 받자고 유족들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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