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맛, 부산의 힘!] 4. ㈜오복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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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연구·개발이 63년 장맛 비결이죠"

부산 사하구 감천동에 위치한 향토 장류 제조업체 ㈜오복식품의 채경석 대표가 본사 생산 공장에서 '오복양조 왕표간장'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 사하구 감천동에 위치한 장류 생산업체 ㈜오복식품의 채경석(67) 대표는 매일 아침 본사 소재 연구실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곳에서 채 대표는 30여 분 동안 간장과 된장, 고추장, 쌈장 등 오복식품이 생산하는 20여 가지 제품을 일일이 숟가락으로 떠서 맛을 본다.

1952년 보수동서 창업
3대째 가업 승계 향토기업

국내 첫 양조 간장 설비 구축
매년 300억 원대 매출 기록

올해 중국 시장 본격 공략
해외 수출 비중 늘릴 계획

채 대표는 "숙성 상태와 미생물 발효 상태 등이 조금만 달라져도 장맛은 쉽게 변해버리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장맛 테스트를 한 뒤에는 늘 연구소 팀원들과 함께 장맛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하며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진다"고 말했다.

지난 1952년 채 대표의 부친인 고(故) 채동욱 회장이 부산 중구 보수동 일대에서 군납용 고추장을 만들며 설립한 오복식품은 63년 동안 부산·경남지역민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장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974년 채경석 대표가 부친에게 회사를 물려받았고 2001년부터는 채용관 부사장이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오복식품은 3대째 가업을 승계하고 있는 향토 식품 기업이다.

부산·경남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샘표와 대상 등 대기업 장류 생산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꾸준히 연 매출 300억 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오복식품의 성공 비결은 연구·개발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에 있다고 채 대표는 말했다.

지난 1980년대와 90년대, 오복식품을 비롯한 간장 제조업계에는 두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첫 번째 위기는 80년대 중반 한 언론사가 '국내에는 100% 양조 간장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면서 촉발됐다. 두 번째 위기는 90년대 중반 혼합 간장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MCPD 성분이 국제식품첨가물전문위원회(JECFA)로부터 '불임 및 발암 가능성이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로 규정되면서 발생했다.

채 대표는 눈 앞에 닥친 위기를 새로운 기회라 생각하고 연구·개발 사업에 전폭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오복식품은 양조 간장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해 국내 최초로 양조 간장 설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MCPD 파동이 일 때도 대규모 자금을 연구 인력에 투자해 간장업계 골칫덩어리였던 MCPD를 제거하는 기술을 업계 최초로 만들어냈다.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킨 오복식품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현재 러시아와 유럽, 북남미 등에 수출되고 있는 제품의 구색을 강화해 장류가 한국을 대표하는 건강 식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외 수출 비중을 늘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건강하고 안전한 '웰빙'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올해부터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와 관련 채 대표는 이번 향토 식품 제조기업 살리기 운동을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채 대표는 "아무리 품질이 뛰어난 업체라 할 지라도 중국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유통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민관이 머리를 맞댄 이번 캠페인이 향토 중소기업들의 유통 판로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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