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20년, 방향 잃은 물길-1부] 1. 혈세 투입에도 백년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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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 4천억 쏟아부었지만, 수질은 20년 전보다 나빠졌다

지난 1월 부산 문현금융단지 앞을 가로지르는 동천 성서교 아래에 검은 부유물이 떠다니고 있다. 부산일보DB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온천천시민공원. 물놀이장을 연못 삼아 수련(睡蓮) 20여 포기가 자라고 있다. 수련을 키우는 건 수돗물이다. 1999년과 2000년 온천천 둔치를 따라 물놀이장 3곳이 문을 열었다. 당시 온천천 물을 물놀이장에 이용한다는 건 언감생심. 어쩔 수 없이 수돗물을 가져왔다. 여름방학 한 달 개장에 수도요금이 수천만 원에 달했다. 결국 2011년 두 곳이 문을 닫았고 지금은 잔디밭으로 변했다. 물놀이장 몇 걸음 너머에 흐르는 '생태하천' 온천천은 예나 지금이나 쓸모가 없다.

■강으로 흘러들어간 4천억 원

생태하천 정비 사업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선 1995년부터 복개도로, 콘크리트 제방 등 난개발로 유린당한 하천 생태계를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바로 '생태하천 복원 운동'이다.

온천천 해마다 '적조 ·떼죽음' 되풀이
동천·삼락천엔 오수 찌꺼기 떠다녀
부산 지방하천 3곳 중 1곳 '생태 삽질'
외관꾸미기만 급급한 겉치레 공사
오염 퇴적토 준설 등 근본 대책 세워야


그 중심에 온천천이 있다. 금정-동래-연제구를 거쳐 수영강으로 흘러가는 온천천은 길이만 14㎞에 이른다. 1997년부터 연제·동래구 주도로 본격적인 온천천 정비사업이 시작됐다. 2007년부터는 부산시가 나섰다. 지금껏 들어간 돈은 800억 원 남짓. 제1호인 만큼 쏟아부은 예산도 1위다.

현재 부산지역 도심을 흐르는 지방하천은 45곳이다. 이중 생태하천 정비 공사가 완료됐거나 진행·예정된 하천은 모두 15곳이다. 3곳 중 1곳 꼴로 '생태' 이름표를 다는 동안 4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20년 동안 매년 200억 원씩 강으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반복되는 온천천'적조·떼죽음'

생태하천 정비의 핵심인 '수질'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수질 조사 결과를 보면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온천천(온천교 지점)의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는 지난 2005년 3.1ppm에서 지난해 2.5ppm으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생태복원이 본격화한 이후 해마다 적조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서 2년째 적조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최초 발생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 김미희 연구사는 "10여 년 전부터 부분적으로 적조가 감지되다가 4~5년 전부터 대규모로 번성하고 있다"며 "특히 일사량이 많은 날 밀물·썰물의 영향으로 형성된 정체수역에서 대발생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비만 오면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일도 '연례 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일 온천천 연안교와 세병교 사이에서 물고기 수십 마리가 하얀 배를 드러낸 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민 이 모(66·동래구 안락동) 씨는 "물이 맑아보이는 날에도 잡은 물고기에서 냄새가 나 어차피 먹지 못해 온천천에서는 강태공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동천·삼락천은 '목불인견'

지난 2008년부터 273억 원을 쏟아부은 동천은 측정 지점 4곳 모두 최근 3년간 수질이 되레 나빠졌다. 눈으로 확인한 현장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광무교 아래에서는 떠다니는 '스컴(scum·오수 찌꺼기)'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월 문현혁신도시 부근에서 800m 가량 스컴 띠가 형성돼 폐수로 오인한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치기도 했다. 2년 전 공사를 마무리한 삼락천도 7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였다고 믿기 힘든 수준이다. 물 위에는 스컴과 각종 쓰레기가 떠다녀 '생태'라는 이름이 무안할 정도다.

함께 현장을 탐방한 대천천네트워크 강호열 사무처장은 "생태하천의 본질인 수질은 도외시한 채 데크 설치 등 양안 환경 개선에만 공을 들인 겉치레 공사"라고 지적했다.

학장천살리기주민모임 강미애 대표도 "중장기적으로 하천 바닥에 쌓인 오니토(오염 퇴적토)를 걷어내는 준설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취약시간대 무단 방류하는 오폐수와 우천 시 유입되는 하수를 근본적으로 막아야만 수질 개선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riv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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