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특별한 라면집] ① 이게 다 라면? '약방 감초'의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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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분식 '비빔 라면'

■영도 부산체고 근처'골목분식'-비빔 라면

부산체고 앞 골목길 안쪽에는 30년의 세월이 쌓인 '골목 분식'이 있다. 회색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짙은 갈색의 테이블이 좁은 간격으로 놓여 있다. 작은 부엌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라면을 끓이고 있다. 라면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하지만 다른 걸 시키면 할아버지가 "비빔 라면을 먹는 게 어떠냐"고 권유할 것이다. 비빔라면을 시키면 국물도 같이 나오는데 굳이 다른 걸 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 같았다.

비비고 끓이고 졸이고… 다양한 조리법
우럭·미역·문어 풍덩, 바다의 맛 솔솔
아이들 간식으로… 어른들 해장용으로
평범한 면발이 선사한 '맛의 변주' 눈길

주문한 비빔 라면이 나왔다. 꼬들꼬들한 면발이 달콤한 고추장에 버무려져 있다. 면 위에는 오이 채와 젓갈이 장식되어 있다. 달걀이 풀어진 라면 국물에는 작게 자른 떡과 어묵이 들어 있다. 반찬은 단무지 한 가지다. 체고 졸업생들은 혹시나 하고 찾아왔다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면 그 시절 생각이 나서 반갑단다. 추억의 맛이다.

라면 1천500원, 떡라면 2천 원, 비빔라면 2천 원 (소·대·특 선택). 영업시간 09:00~19:00. 볼일 있는날 휴무. 부산 영도구 중리북로 22번길 12.

■서면 '웬디카레'-카레 라면

웬디카레 '카레 라면'
얼마 전까지 수제 햄버거집이었다가 최근 카레로 업종을 변경한 집이 있다. 홍성운(27) 대표가 운영하는 '웬디 카레'가 그 집이다. 그는 손님이 좀 더 자주 먹을 수 있는 메뉴라는 생각에 바꾸게 되었다고 했다.

카레라고 하면 밥과 단짝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메뉴 중에 '너구리'가 있다. 너구리? 오동 통통~ 쫄깃쫄깃~ 그 라면이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카레와 라면이 담겨 있고 다시마 한 장이 제일 위에 장식되어있다. 카레만 해도 맛이 없기 힘든데 거기에 라면 수프까지 합세했다. 맛있을 수밖에 없다. 혹시나 해서 맛의 비결을 묻자 그는 "사랑을 넣어서 그렇다"며 웃는다. 평소에 그가 즐겨 먹고 지인에게도 많이 해 주던 메뉴라고 한다. 같이 나온 강황밥까지 남은 카레에 비벼 먹으니 든든한 한 끼로 부족함이 없다. 오늘부터 카레 단짝은 '너구리'가 될 것 같다.

카레 너구리&라이스 5천 원, 매콤 크림 너구리&라이스 5천 원. 영업시간 11:30~21:00.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 692번길 45-7. 070-8259-3853.

■ 온천천 '부라보식당'-문어 라면
부라보식당 '문어 라면'
햇살 좋은 날 넓은 마루에 앉아 벚꽃 날리는 온천천을 바라본다. 실내엔 나비가 날아다니는 예쁜 자개 상이 놓여 있고 바닥엔 오색방석이 깔렸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여기가 어디냐고? 박기우(27) 대표가 운영하는 '부라보식당'의 모습이다.

고기는 저녁에 먹는 메뉴라고 누가 그랬나? 점심때부터 예약손님들로 자리가 다 차 버렸다. 우선 고기를 맛있게 먹고 나면 '문어 라면'을 주문할 자격(?)이 생긴다. 아쉽게도 라면만 따로 팔지는 않는다. 고기를 먹은 뒤 식사를 시킬 때 문어 라면을 주문해 보자. 빨간 국물에 해물과 함께 얇게 썬 문어가 올려져 나온다. 매운 비법 국물은 느끼할 수도 있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줄 것이다

문어라면 5천 원, 삼겹살 로스구이 1인분 8천 원.목살 로스구이 1인분 8천원, 매운진짜 등갈비찜 1인분 9천500원. 영업시간 11:30~24:00. 부산 동래구 온천천로 449. 051-531-8887.

■ 해운대 '오션스카이'-해물 라면
오션스카이 '해물 라면'
20층의 레스토랑에서 해운대 밤바다를 내려다보면 라면을 먹을 수 있다! 해운대 바닷가에 위치한 '오션스카이'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낮에는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오후 9시 30분부터 술을 판매하는데 그 시간부터 '해물 라면'도 먹을 수 있다.

해물 라면은 조개 육수를 기본으로 해산물을 듬뿍 넣어 끓인다.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이기웅(37) 셰프는 "싱싱한 해산물을 쓰려고 매일 장을 본다. 그래서 먹을 때마다 들어간 해산물이 다를 수도 있다" 고 말한다. 함께 나온 백김치도 직접 담근다. 이쯤 되면 라면 요리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메뉴는 벌써 5년째이고 단골들이 꾸준히 찾는다. 한 단골은 "술을 마시러 왔다가 라면으로 해장하고 술을 더 마시게 된다"고 투정이다. 라면만 먹어도 된다니 데이트 코스로 넣어도 좋을 듯하다.

해물라면 1만 1천 원. 영업시간 12:00~2:30(라면 주문은 21:30~2:30에만 가능).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03 오션타워 20층. 051-740-5005.

■ 영도 '도날드'-라볶이
도날드 '라볶이'
영도의 30년 된 즉석 떡볶이집 '도날드'를 알고 있는지?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알고 있는 집일 것이다. 김은자(65) 대표가 운영하는 이 집에 한 번이라도 와본 손님들은 떡볶이만 시키지 않는다. 떡볶이만 시키면 양이 적어 사리 추가는 필수이다. 사리로 나오는 라면은 반 개가 1인분이니 양은 각자 생각해 보고 주문하면 된다. 자리에 앉으면 은박지로 씌워진 냄비에 떡과 수제비, 어묵, 채소, 고추장과 라면 사리가 함께 나온다. 가스 불 위에 올려놓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끓여 먹으면 된다. 모든 것은 '셀프'이다. 국물이 졸아들면서 라볶이의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집에 간다고 한 지인에게 지나가듯 말했다. 조금 있다가 문자가 왔다. '제발 포장 좀 해서 가져다 달라'고 말이다. 한 번 먹어 보면 이 집 팬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떡볶이 1인분 1천500원, 라면 사리 600원, 계란 500원. 영업시간 평일 11:30~20:30, 일요일 12:10~20:30. 목요일 휴무. 부산 영도구 남항새싹길 9. 051-413-9990.

■ 수정시장 '수정죽집'-미역 라면
수정죽집 '미역 라면'
동네 시장에는 죽, 국수, 라면으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하나쯤은 있다. 수정시장에는 양영매(58) 대표가 25년째 운영하는 '수정죽집'이 있다. 이름이 죽집이긴 하지만 죽 외에도 여러 가지 메뉴가 있으니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된다.

그중 라면을 시키면 미역이 듬뿍 들어간 '미역 라면'이 나온다. 미역을 많이 넣어 주기 때문에 국물이 시원하다. 함께 나오는 김치도 직접 담근다. 오랜 시간 장사를 해서 단골도 많고, 죽이 주 메뉴라 몸이 아파서 죽을 먹으러 오는 손님도 많다. 그렇다 보니 양사장은 "오늘은 몸이 좀 어떠냐? 저번보다 나아졌느냐? 모자라면 더 먹어라"며 살뜰하게 챙겨 준다. 손님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고 기억해 주니 배도 부르지만 마음도 따뜻해진다.

미역 라면 3천 원, 땡초 라면 3천 원, 호박죽 3천500원, 녹두죽 3천500원, 찰밥 4천 원. 영업시간 평일 8:00~20:00, 토요일 8:00~18:00. 일요일 휴무. 부산 동구 진성로 9번길 42. 051-464-1694.

■ 시청 근처 '우럭쌀롱'-우럭 라면
우럭쌀롱 '우럭 라면'
지난해 6월에 문을 연 '우럭쌀롱'에 들어서면 통통한 초록색 우럭 그림이 손님을 반긴다. 낚시가 취미인 지인은 우럭 매운탕에 라면을 넣어서 먹어 보면 그 맛이 기가 막힌다며 자랑하곤 했다. 그 맛을 보려면 꼭 낚시를 해야 하나? 아니다. 시청 근처 '우럭쌀롱'에서 우럭 통매운탕을 시킨다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매운탕을 먹고 있으면 박태홍(31) 대표가 라면 사리를 가져다 준다. 라면 사리는 무한리필이다. "라면 사리를 10개까지 먹는 손님도 있었다. 그래도 공짜이다. 그게 다 매운탕이 맛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가게 간판에는 '저 오늘 우럭 못 썰면 집에 못 들어갑니다'라는 귀여운 협박(?)도 적혀 있다. '우럭, 쌀, 박 사장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는 재미있는 메뉴판도 있다.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는 그가 집에 빨리 갈 수 있도록 우럭을 팔아줘야 할 것 같다.

우럭 통매운탕 1만 5천 원(라면 사리 제공), 2인 세트 회+통구이+통매운탕 3만 3천 원, 우럭 구이 2만 원. 영업시간 17:00~01:00. 일요일 휴무. 부산 연제구 신촌로 42. 051-868-2745.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일러스트=류지혜 기자 bi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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