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손' '위자' '팔로우' '호러 시즌' 따로 있나 봄에도 찾아온 공포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위자. UPI 제공

공포영화는 아무래도 여름이 제철이다. 음침한 배경에 선혈이 낭자하고 비명소리가 이어지면서 관객들은 땀도 나고 소름이 돋는다. 그러면서 잠시 무더위를 잊곤 한다. 하지만 이따금씩 계절 잊고 찾아온 호러무비도 적지 않다. '검은 손' '위자' '팔로우' 등이 그렇다. 봄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는 영화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공포영화 속으로 들어가 봤다.

■스릴과 공포 선사하는 메디컬 공포물

올해 첫선을 보이는 한국 공포영화인 박재식 감독의 '검은손'은 의문의 사고로 인해 손 접합수술을 하게 된 유경과 그의 연인이자 수술 집도의 정우에게 벌어지는 섬뜩한 공포를 그린 메디컬 호러물. 수술 이후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사건들과 정체를 알수 없는 대상으로부터 서서히 조여오는 두려움이 한데 섞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공포를 선사한다.

검은손

올해 첫선 보인 한국 공포영화
손접합 수술 매개 전형적 병원 공포물


정우(김성수)는 대형 병원장의 딸과 결혼해 차기 원장 자리를 꿰찼고 유전자 변형을 통한 장기이식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야심에 찬 신경외과 의사. 그의 연인인 유경(한고은)은 정우에게 집착하는 아내(신정선)가 불륜 사실을 알고 있다는 불안감과 사고로 눈이 먼 동생 유미(배그린)의 짜증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작품의 뼈대가 암시하듯 영화는 부잣집 딸과 결혼한 의사이면서 연인을 향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비밀스러운 연구의 성공에 집착하는 주인공 정우의 이중 인격적 태도를 쫓는다. 여기에 정우 부부와 유경의 삼각관계를 포개 넣으며 묘한 긴장감을 심는다. 그러면서도 공포영화 공식에 꽤나 충실하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유전자 연구와 장기이식이라는 소재와 수술 장면, 뒤틀린 욕망을 지닌 인물들, 꿈에 나올까 무서운 공포물 특유의 핏빛 장면들이 충격적이고 무시무시하게 이어진다. 

검은손. 골든타이드픽처스 제공
데뷔 20년 만에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한고은은 극중 병원장으로 나오는 김성수의 비밀스러운 연인이자 성형외과 전문의로 분했다. 기존의 카리스마 넘치는 차도녀 이미지를 버리고 프로페셔널한 의사부터 보는 이들마저 소름 돋게 하는 공포 연기까지 소화해 냈다.

■ 귀신을 불러내는 게임, '미국판 분신사바'

스틸즈 화이트 감독의 '위자'(원제 Ouija)는 죽은 친구의 영혼을 불러내기 위해 '위자' 게임을 시작한 다섯 친구들이 그로 인해 서서히 밝혀지는 한 집안의 충격적인 비밀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를 그린 작품이다. 그래서 '미국판 분신사바'라 불린다.

위자

죽은 친구의 영혼을 부르는 게임
실생활 속 공포를 개연성 있게 버무려


영화는 레인(올리비아 쿡)이 죽은 데비(에린 모리아티)의 방에서 위자보드를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오면서 막을 올린다. 그리고 그 위에서 의문만 남기고 떠난 친구에게 '왜 죽었냐'고 묻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집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레인의 끈질긴 설득에 친구들은 죽은 데비의 집에서 위자보드 게임을 한다. 일행은 보드를 잡고 좌우로 돌리며 다 같이 주문을 외워 혼령을 부른다. 그리곤 궁금한 것을 묻는데 공포는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레인의 친구 데비가 해서는 안 될 게임을 하다 죽음을 맞은 '위자'는 한국영화 '분신사바'와 닮았다. 귀신을 불러내는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덕분에 스토리가 쉽게 다가오고 이해하기도 쉽다.

게임을 한 뒤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하나 둘 귀신에게 홀리다가 마지막 극적인 반전을 통해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혼령을 부르는 위자보드는 동그란 렌즈를 통해 공포를 안긴다. 관객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공포를 곳곳에 심어 놓는다.

여기에 실생활을 영화 속에 버무려 현실공포로 이끌어냈다. 어두운 지하차도나 병 하나만 굴러다녀도 평소보다 더 소스라치게 놀랄 것만 같았다. 그만큼 '위자'는 현실 속에서 느낄 법한 공포와 예측할 수 없는 공포를 제대로 조합해냈다. 친구의 죽음을 파해치는 레인 역은 SF영화 '더 시그널'과 공포영화 '콰어어트 원'에 출연하며 차세대 할리우드 호러퀸으로 주목받고 있는 올리비아 쿡이 연기했다. 16일 개봉.

■죽을 때까지 쫓아오는 '공포의 존재'

지난 2일 개봉된 데이빗 로버트 밋첼 감독의 '팔로우'는 오직 내 눈에만 보이는 공포의 존재가 죽을 때까지 쫓아온다는 저주를 그린 호러물. 멋진 남자친구와 근사한 데이트 이후,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섬뜩한 느낌을 받는 주인공 제이(마이카 먼로). 하지만 그 존재가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기이한 저주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쫓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고 악몽보다 더한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영화는 잔재주나 두뇌게임 없이 묵묵하게 공포감을 높인다. 중독성 강한 연출과 독특한 음악도 장점이다. 
팔로우. 콘텐츠게이트 제공
팔로우

주인공 내면 불안과 두려움에 집중
중독성 있는 연출·독특한 음악 눈길


공포영화 퍼레이드는 내달에도 이어진다. 실시간 화상 채팅으로 장면을 구성해 지난해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상을 수상한 '언프렌디드 : 친구삭제'와 영화 '호스텔'을 만든 일라이 로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은 '노크노크'는 평범한 한 남자에게 두 여인이 찾아온 뒤 벌어지는 일을 공포물로 버무려낸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