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법동 인도요리 전문점 '봄베이 스파이스 뷰' 아시프굴 대표 "이슬람 이주노동자 음식 고통 덜어 주고 싶었죠"
"사상 다문화거리 중심에 우리 식당이 있습니다."
8일 오전 부산 사상구 괘법동 인도요리 전문점 '봄베이 스파이스 뷰'. 식당에 들어서자 인도 음악과 함께 인도 요리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자신도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와
한국인 여성과 3년 만에 결혼
네팔·스리랑카 등 손님 국적 다양
단골 고객 중 최다는 한국인
"사상 다문화거리 명소로 만들 것"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인도인 요리사가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 식당의 대표 아시프굴(43) 씨는 파키스탄 출신이다.
그는 "파키스탄은 원래 인도에서 갈라져 나온 나라다. 인도 음식으로 유명한 커리, 난, 탄두리 치킨은 파키스탄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이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설명했다.
아시프굴 대표가 봄베이 스파이스 뷰를 운영한 것은 2012년 10월부터다. 하지만 그의 사업은 2007년부터 봄베이 스파이스 뷰 인근에서 할랄(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 식자재를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먹는 사업에 뛰어든 것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파키스탄 신드 주 카라치에서 에어컨 설치기사로 일했던 아시프굴 대표는 2002년 이주노동자 신분으로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상구의 공장에 취업해 일하면서 지금의 한국인 아내를 만나 3년 만에 단란한 가정도 꾸렸다. 그런데 음식이 문제였다. 사상공단에는 아시프굴 대표를 비롯해서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았는데, 한국 식당에서는 돼지고기처럼 이들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을 피할 수 없었다. 고향을 떠나온 것도 서러운데 먹는 것에도 어려움이 따르자, 아시프굴 대표가 할랄 식료품 가게를 차린 것.
그는 "심지어 일부 이주노동자는 공장에서 나오는 급식도 먹기 힘들 정도로 음식 문제로 고생했다"면서 "식료품 가게와 식당을 운영하면서 다문화 가족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한다는 보람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봄베이 스파이스 뷰를 찾는 손님의 국적은 네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단골 고객 중 가장 많은 손님은 단연 한국인들이다. 인도 음식을 처음 접할 땐 낯설 수도 있지만, 한국 요리와 유사한 매운 인도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한다.
아시프굴 대표는 사상구청이 다문화가족 음식점을 지원하는 후견인 제도에 힘입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사상구청은 봄베이 스파이스 뷰 등 지역 내 4개 다문화 음식점을 선정해 경영자문, 시설개선자금 대출 알선 등을 계획 중이다. 여기에다 이달 중 광장로 일대에 '다문화 특화거리'가 완성되면 식당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인도인 요리사를 한 명 더 채용해 식당의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게 당면 목표"라며 "사상 다문화거리 하면 봄베이 스파이스 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인도 고유의 맛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사진=김경현 기자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