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공원-송상현광장 '길' 연다] 미니버스로 발품 덜고 동래부사 행렬로 볼거리 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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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만드는 데 급급했던 시민공원과 송상현 광장, 이젠 스케치 위에 색칠을 할 차례다.'

1993년, 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부산의 한 연구자는 하야리아 기지가 부산 시민에게 반환되고 부지가  시민공원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로서는 꿈만 같던 얘기였다. 하지만 미군기지 반환이라는 전국적 이슈 속에서 시민들의 열망이 소용돌이치면서 꿈은 현실로 바뀌었다.

버스 운행 땐 주차난 해소에도 도움
인사동처럼 행렬 재현해 역사성 부각 

지역 주민·상인과 '그린존' 협정
반경 1.5㎞ 공원 못지 않은 녹지로

그로부터 21년, 그 자리에는 진짜 '부산시민공원'이 들어섰다. 일제시대 경마장이 들어선 후 83년,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후 68년 후의 일이었다.

하지만 부산시민공원은 이 같은 역사적 의미와 부산 최초의 도심평지공원, 조성비 6천679억 원의 명품공원이라는 의미를 살려내지 못했고 시민 10명 중 4명은 모르는 도심 속 섬이 됐다.

임진왜란 당시 "싸워서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비켜 주기는 어렵다"고 했던 동래부사 송상현 장군의 이름을 내건 송상현 광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을 위한 표출의 공간이 되어야할 광장은 공간 제약에 더해 엄격한 통제로 고립의 길을 걸었다.

앞서 부산시는 송상현 광장과 부산시민공원, 어린이대공원을 연결하는 길을 정비했지만 가로수를 새로 심는 수준의 '밋밋한' 정비 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시민공원과 주변 공간문화자원의 연계활성화 계획'이라는 보고서에서 부산시민공원과 송상현 광장의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해결 과제로 부발연은 환경친화성, 역사문화성, 생활여가성 분야 13가지를 제시했다. 이들 13가지 구상계획은 시민공원 감독을 비롯한 전문가와의 인터뷰, 역사적 자료 검토, 시민 포커스 그룹 11명 심층설문조사, 시민 500여 명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마련한 것이다.

연구책임을 맡은 박상필 부발연 연구위원은 이 중 △동래부사 송상현 행렬 재현 △시민공원 주위 1.5㎞ 그린존 조성 △아트마켓 스트리트 조성 △미니버스 운행 등 4가지는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송상현 부사 행렬 재현은 송상현 동상에서 시작해 광장이라는 무대를 지나고 선큰광장, 부산시민공원 남문, 북문을 지나는 형태로 이뤄지게 된다.

박 위원은 "증산공원과 하마정, 동래읍성으로 연결되는 임진왜란 역사벨트에 있어 송상현 광장은 중요한 거점이 된다"면서 "서울의 인사동처럼 행렬 재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늘릴 필요가 있고 송상현 광장 또한 송상현이라는 인물을 기억할 수 있는 역사적 공간으로서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린존은 주변 지역 주민, 상인들과 그린협정을 맺어 작은 화분 하나라도 더 놓게 하고 재개발 되는 지역에는 녹지 공간을 더 조성토록 해 '준공원'의 녹지를 조성토록 하자는 계획이다. 미니버스는 노약자가 있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어린이대공원 일대 교통난 해소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보고서는 △옛 물길 체험 프로그램 개발(부전천) △우암선 철로 이야기길 조성 △배롱나무 이야기길 정비 △송상현 광장과 부전시장, 부전역, 부산시민공원 일대를 잇는 지하공간 조성 등을 제안했다. 현재 부산시민공원 내에는 부전천과 전포천이 복원돼 있는데 이를 위, 아래로 확장해 성지곡 수원지에서 출발해 동천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부각시키자는 것.

이에 더해 800년의 긴 역사가 있는 배롱나무에 얽힌 사랑 이야기와의 연계도 충분히 부산시민공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

또한 기존에 부전역과 서면역에 지하상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이들 지하공간을 송상현 광장과 부산시민공원까지 확장해 연계성을 높이자는 방안이다. 당초 부산시는 부전역에서 송상현광장 내 선큰광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지하통로를 구상했으나 90억 원의 예산 부담과 우범지대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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