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에 바닷물 부어 봐야 '밑 빠진 독 물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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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은 끄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vs "근본 해결은 않고 화장만 더 하자는 것."

문현금융단지 등을 끼고 돌아 부산의 '얼굴 하천'이 되었지만 '똥물'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부산시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2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바닷물 30만t을 매일 방류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땜질식 처방으로, 화장만 더 하는 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부산시, 수질 개선 특단 대책
200억 들여 매일 30만t 방류
환경단체 "땜질식 처방 그칠 뿐"
하수관거 설치가 근원적 해법

부산시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완공 이후 동천 악취 민원이 급증함에 따라 동천의 수질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에 착수한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시는 우선 현재 하천 유지 용수로 매일 5만t을 방류하고 있는 것을 매일 30만t으로, 방류량을 6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를 위해 2.4㎞ 길이의 침매형 수로를 추가로 설치해야 되는데 우선 올해 추경을 통해 설계비 8억 원을 마련하고 200억 원의 본예산은 내년에 국비 100억 원, 시비 100억 원을 확보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악취 해소를 위한 단기 대책으로 26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문현금융단지 주변 하천 600m 구간을 준설하고 하천을 정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분류식 하수관거 100% 설치 시기를 당초 목표인 2025년보다 3년 앞당긴 2022년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다. 또한 비점오염(비가 오면 초기 빗물에 씻겨 내려오는 오염물질) 저감 시설을 설치하고 복개하천인 부전천 등 지류 하천의 복원도 추진한다.

앞서 시는 지난 1991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모두 3천73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분류식 하수관거 설치와 동천환경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고 또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이면 오염 물질이 비에 씻겨 하천으로 유입되고 유속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하천 퇴적물이 쌓여 부패하다 보니 동천 수질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 2010년 매일 해수 5만t을 방류하면서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4.2㎎/L까지 내려갔던 동천 수질은 지난해 11㎎/L까지 다시 올라와 하천등급 중 최하 수준인 매우나쁨(6급수)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처방일 뿐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동천은 하류로 유속이 거의 없이 고여 있는 구간인데 30만t을 24시간, 혹은 12시간으로 나눠 흘려보냈을 때 얼마나 수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바닷물 투입만으로는 수질이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또다시 바닷물을 더 많이 넣겠다는 건 화장만 더 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도 "단순히 오염물이 희석돼 단기적으로는 수질이 나아질 수 있지만 결국 오염원이 제거되는 게 아니라 부산항으로 다 내려가게 되는 격"이라면서 "오히려 200억 원을 하수관거 설치비로 더 투입해 하수관거 설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부산발전연구원 양진우 해양환경연구실장은 "30만t 해수 방류와 준설 등 여러가지 대책을 동시에 활용하자는 차원이며 단기 효과인 건 맞지만 장기 계획에만 의존해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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