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파도·하늘(부산바다체)…' 부산 상징하는 이 서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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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디자인학과 남승우 씨가 2010년 부산시가 배포한 '부산체'를 업그레이드한 '부산바다체'를 개발하고 있다. 남 씨는 올해 한글날을 기해 무료 배포할 계획이다. 남승우 씨 제공

2010년 9월 부산시는 부산의 이미지를 표현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컴퓨터용 폰트를 개발해 '부산체'를 내놨다. 한데, 당시 디자인 전공을 하는 한 대학생은 '부산체'의 단점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그로부터 2년간 서체 개발에 매달렸다. 하루에 10~20자씩을 그렸고, 다시 수정했다. 27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하여, 개정된 '부산바다체'가 탄생했다.





부산대 디자인학과 남승우 씨
27개월간 '부산바다체' 개발 

시 개발 '부산체' 단점 잡으려
혼자 수정 작업 '고군분투'

바다 역동성 형상화한 폰트
오는 9월 한글날 무료 배포


올해 한글날 무료 배포를 시한으로 정해놓고 막바지 손질을 가하고 있는 부산대 디자인학과 남승우(23) 씨. 오늘도 나 홀로 서체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그는 "바다가 가진 역동성, 파도가 가진 넘실거림을 폰트로 표현해 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남 씨는 대학에 입학하던 해 부산시가 제작해 무료로 배포한 부산체를 처음 접했다. 가만 살펴보니 디자인을 위해 모음과 받침을 붙여놓았는데, 자칫하면 읽는 데 오해할 소지가 있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예를 들자면 부산체의 '인간'의 경우 인의 ㅣ와 ㄴ, 간의 ㅏ와 ㄴ 이 붙어 있어 '외과'나 '외간'으로 자칫 오독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글이 모국어라면 괜찮겠지만 다른 도시가 아닌 '부산'이기에 오해의 여지를 남겨놓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의 가장 큰 정체성은 관광도시, 항구도시입니다. 도시 서체는 그것을 반영해야 하고요. 매일매일 수많은 관광객과 유학생들이 오고가는 곳인 만큼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선 '뚜렷하고 명확한 글자'가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시 서체'. 그 도시 서체가 도시를 알리는 간판인 만큼 꼼꼼히 신경 써야 한다는 믿음이 2년 넘게 이어진 고군분투의 시작이었다.

틈틈이 시간을 쪼갰다. 하루에 10자를 그릴 때도 있었고 20자를 만들 때도 있었다. 다시 수정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 27개월의 작업을 거친 바다체를 업그레이드 하고 보니 굵고 단단해져 멀리서 봐도 선명했다. 여기에 '부산바다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KS코드 기준의 한글 2천350자와, 영어, 숫자, 특수문자로 구성되었다.

가장 공을 들인 단어가 있다. '바다', '파도', '하늘'이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단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각각의 자음 앞글자인 ㅂ,ㅍ,ㅎ의 중간선은 오른쪽 위를 향하게끔 비틀었다. 바다가 가진 역동성, 파도가 가진 넘실거림을 글자가 가졌으면 하는 남 씨의 바람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산바다체는 올해 한글날(10월 9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그는 '내가 올해 부산바다체를 만들었다'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홈페이지도 제작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부산바다체를 알리기 위해 도시철도 옥외광고, 버스 광고도 진행할 계획이다. 홈페이지 제작비용과 옥외광고 비용 마련을 위한 소셜 펀딩을 온라인 후원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busanbada)에서 진행 중이다.

텀블벅은 단순 후원에 그치지 않고 후원자와 콘텐츠의 결과물을 공유한다. 후원에 참여하면 부산바다체가 적힌 카드와 머그컵이나 부산 사투리가 적힌 '편지 카드' 60장을 받을 수 있다. 후원금액은 선택할 수 있으며 후원액에 따라 구성품이 다르게 지급된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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