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의 시네아트] 인서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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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스케일… 결말은 '갈수록 태산'

인서전트. 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영 어덜트 소설이 할리우드의 대세가 된 지도 오래다. '인서전트'는 '헝거 게임', '메이즈 러너'와 함께 영 어덜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대표적인 3부작 시리즈 중 하나다. 하지만 전작 '다이버전트'는 영 어덜트 시리즈 선두 주자인 '헝거 게임', 미소년 군단을 내세운 '메이즈 러너'와 달리 어정쩡한 포지션, 허점 많은 설정, 어수선한 전개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속편인 '인서전트' 역시 전작처럼 장점은 희미하고 한계는 선명하다. 감독은 이번에도 영 어덜트라는 틀에 기댄 채 큰 야심 없이 안전한 선택을 반복한다.

영 어덜트 영화 '다이버전트'의 속편
디스토피아·성장담 기본 공식 답습
흡입력 낮은 캐릭터와 설정이 단점

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래사회에서는 분쟁을 막기 위해 하나의 시스템을 고안했다. 에러다이트(지식), 캔더(정직), 돈트리스(용기), 애머티(평화), 애브니게이션(이타심) 5개 분파로 나누어 질서를 유지하는 것. 하지만 그 어떤 분파에도 속하지 않는 다이버전트는 분파를 위협하는 존재로 치부된다. 전작에서 다이버전트로 판명된 트리스(셰일런 우들리)는 동료 포(테오 제임스)와 함께 시스템의 수장 제닌(케이트 윈슬럿)에게 반기를 들었다. 트리스는 제닌의 추격으로부터 도망치던 중 분파 체제를 반대하는 무분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들과 함께 반란군 인서전트를 조직한다. 한편 트리스는 시스템의 비밀이 담긴 상자를 발견하고 자신만이 그 상자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에 혁명 서사, 소녀의 성장 사이 샌드위치 햄처럼 로맨스를 끼워 넣었다. '인서전트'는 영 어덜트 소설의 기본 레시피 대로 만든 인스턴트 식품에 가깝다. '삶의 모든 것이 중요해 보이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 성장담을 뼈대로 판타지, SF, 로맨스, 모험, 미스터리 등 활용 가능한 어떤 장르든 가리지 않고 버무린다. 말이 안 되도 괜찮다. 유치해도 좋다. 오히려 그래서 더 흡입력 있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영화임에도 인물의 색이 흐릿하다는 점이다. 일단 주인공을 제외한 대부분 캐릭터의 동기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갈등도 평면적이다. 특히 제닌은 기능적인 악역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제법 흥미로울 수 있었던 설정임에도 기본적으로 구멍이 너무 많다. 영화는 이를 가릴 만한 요령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5분파의 특성을 다 가진 다이버전트처럼 모든 걸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지만 끝내 무엇 하나 끝까지 보여주지 못한 채로 다음 영화에 바톤을 넘긴다. 안타까운 건 그럼에도 '다이버전트'를 봤다면 시리즈의 끝을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거다. 1편은 밋밋했고, 2편은 어수선했다. 3편 '얼리전트'에서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마무리 할지 궁금하다. 25일 개봉.

송경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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