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사라진 바다, 단속 손길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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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건처리 건수 1년전 비해 70% 격감

■장면 1=지난 7일 갯바위 낚시를 위해 부산 서구를 찾은 낚시꾼 11명이 S호를 타고 출항했다. 문제는 S호의 승선 정원이 선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S호 선장 김 모(49) 씨는 "위험한 걸 알지만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한 번 나갈 때 가능한 한 많이 태운다"고 말했다.

■장면 2=부산 강서구 천가동 한 해변, 폐어선 1척이 벌겋게 녹이 슨 채 바다에 반쯤 잠겨 있었다. 폐어선 주변으로 폐그물과 어구들이 파도에 쓸려 해안가를 뒤덮고 있다. 한때 자취를 감추던 폐어선과 어구들이 최근에 인적이 드문 해변을 다시 뒤덮고 있다.

지난해 각종 사건 처리 건수
1년 전 비해 70% 안팎 줄어

'해체' 충격에 활동까지 '마비'
해양질서 회복 시일 걸릴 듯


지난해 세월호 사고 여파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되면서 바다에서의 법 집행 공백이 커져가고 있다. 해양경찰의 형사사건 처리 건수가 급감했고, 해양오염 적발·선원관리 등 해양 질서 확립을 위한 일상적인 단속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남해지방해양경비안전본부(옛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의 '2014년 사건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형법범(폭행, 사기 등) 사건 처리 건수가 2013년 2천393건에서 지난해 708건으로 70%가량 감소했다. 특별법범(해양환경관리법, 수산업법 위반 등) 사건 처리 건수도 1만 3천195건에서 3천323건으로, 1년 새 75%가량 줄었다.

구체적으로 폐어선 방치 등을 단속하는 공유수면관리법 위반 처리 건수가 2013년 3천988건에서 지난해 70건으로 줄었다. 해양 쓰레기 투기 등에 관련된 폐기물관리법 위반도 1천198건에서 12건으로 줄었다. 무허가 조업 등과 관련된 수산업법 위반 처리 건수도 1천128건에서 408건으로, 어민과 선원 등을 상대로 한 각종 사기 사건 처리도 612건에서 79건으로 급감했다.

해상 치안 공백 등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건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남해지방해경안전본부와 관할 해경안전서에는 수사 및 정보 형사가 246명이었다. 세월호 침몰 뒤 이들 대부분은 관련 사건 조사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색 등에 수주~수개월씩 파견과 복귀를 반복했다. 세월호 구조 실패로 질책이 쏟아지는 와중에 지난해 5월 정부는 해경 해체를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해경이 단속활동을 벌이면 외부 협조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오히려 "없어질 해경이 왜 단속에 나서느냐"는 민원만 쏟아졌다.

문제는 1년간 해이해진 해양 질서 의식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해경 해체와 조직 개편이 이뤄졌지만, 해양 질서 의식 재확립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단속이 없다 보니 불법 조업이나 승선 인원 초과 같은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라며 "이참에 밀항 사업을 벌여도 되겠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소영·김백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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