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29. 포용과 감성이 공존하는 테크닉의 향연, 구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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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편곡·연주… 모든 역량이 눈부신 이상적 베이스 앨범

뛰어난 베이스 연주 실력을 느낄 수 있는 구본암 앨범. 김정범 제공

우리가 해외 팝이나 가요를 듣다 가수의 노래 외에도 "이 곡은 특히 피아노 소리가 참 좋아" 또는 "기타 소리가 참 듣기 좋다" 등의 얘기를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듣는 이의 취향이나 곡의 분위기에 따라 악기들의 도드라짐은 더욱 다양할 텐데요.

그런데 우리가 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해서 만큼은 "이 곡은 베이스 소리가 참 좋다"라고 얘기를 해 본적이 드물 거예요. 아마 일반적으로 음악의 전면에서 들려지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만큼 음악 관련 전문가들이 아닌 이상 우리의 귀에 그 도드라짐이 덜 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베이스는 음악의 뼈대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악기예요. 리듬과 멜로디를 모두 가장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악기이기도 하지요. 특히나 대중음악에 있어 베이스의 중요함은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베이스 연주자들의 솔로 앨범은 과연 어떤 음악들을 들려줄까요? 이번 주 음반가게에서는 국내 베이스 연주자 구본암의 2014년 앨범 '비터 스윗'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앨범에서 베이스 연주는 물론 작곡 및 편곡 그리고 프로듀서 등의 모든 역할을 담당하는 그의 역량은 정말 빛을 발하거든요. 특히 악기와 그 악기의 연주자가 어떻게 음악을 들려주어야 하는지 이 단 한 장의 앨범이 호소하는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뉴욕에서 푸디토리움의 두 번째 앨범을 마무리하고 귀국을 준비할 무렵 저는 국내 공연을 위한 라이브 세트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앨범의 모든 곡이 전부 다시 새롭게 편곡이 되어야 하고 그 형태나 장소 또한 상당히 국내에 낯선 형태였지요. 단순한 연주를 떠나 무엇보다 이 계획들을 같이 이해해주고 함께 해 나갈 동료가 필요했습니다.

뉴욕에서 앨범을 녹음할 때처럼 오랜 시간 국내 연주자들을 수소문했고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주를 접하게 된 구본암 씨의 실력과 테크닉은 정말 저를 깜짝 놀라게 했어요. 저도 모르게 "서울에 이런 베이시스트가 있었단 말이야?"라는 혼잣말이 나왔을 정도였지요.

사실 테크닉이나 기술이 오히려 음악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데 방해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심지어 뛰어난 테크닉으로 소문난 연주자나 솔로이스트와 함께 하는 공연이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을 망치는 가장 큰 실수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본암 씨의 연주를 처음 듣는 순간 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화려한 연주를 들려주면서 내 음악을 포용해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지요. 당장 뉴욕에서 서울로 전화를 걸어 사람들에게 그를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음악 활동을 쉬고 있었던 그와 비로소 연락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같이 공연하면서는 어떠했냐고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고백하자면요, 평소에 제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연주자의 모습과 음악이 있습니다. 이상적이라는 말은 저 혼자만의 로망이나 팬심같은 것인데요. 그의 연주와 앨범을 비롯한 그의 행보는 제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연주자의 모습 그리고 로망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그의 활동을 접할 수 있는 음악 팬들에게 분명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을 듣는 여러 분들이나 저처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모두에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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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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