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똥밭 아세요? 산복도로에 이바구 멍석 깐 '토박이'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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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토박이들로 산복도로 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선 손민수(왼쪽) 씨와 정봉규 씨가 부산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 유치환우체통 앞에서 활짝 웃고있다. 김병집 기자 bjk93@

"부산은 손 반장과 봉다리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한 관광객이 손민수(39), 정봉규(39) 씨의 산복도로 가이드 투어를 듣고 난 뒤 올린 후기다. 손 반장과 봉다리는 손 씨와 정 씨의 별명이다.

여행사 나온 뒤 18개월간 발품
자료 수집하고 야사 정리하고
산복도로 가이드 투어 의기투합
외국인 대상 무료 투어도 예정


두 청년의 농도 짙은(?) 산복도로 가이드 투어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이드 투어 시간은 주간 3시간 30분, 야간 2시간 30분이나 된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나 싶지만 투어 동안 손 씨와 정 씨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 붓는다. 산복도로에서 만난 오랜 친구 사이인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부산여행특공대'라는 이름으로 산복도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아직 여행 비수기라 가이드 투어 신청자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1명의 신청자라도 가이드 투어를 감행한다. 상황이 나아지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투어도 진행할 예정이다.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산복도로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는 이유는 이들이 산복도로 출신이기 때문. 정 씨는 동구 초량동 출신의 산복도로 토박이다. 손 씨도 원래 동구 수정동에 살다 강제 이주로 금정구 서동으로 이사했다. 두 사람의 삶이 산복도로의 역사인 셈이다.

두 사람은 2002년 일본 관련 여행사에 취직해 일했다. 수많은 관광지를 돌아보던 두 사람은 '우리 마을만한 데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동구 수정산 빈대떡집, 산복도로 위 어르신들이 마련한 평상에서 야경을 보며 술을 마시던 두 사람에게 산복도로는 추억의 장소이자 가장 잘 아는 곳이었고, 최고의 사업 아이템이기도 했던 셈.

두 사람은 2년 전 결단을 내리고 여행사를 나왔다. 그리고 무려 1년 6개월 동안 산복도로의 자료를 모았다. 이들이 모은 자료는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도 인정할 정도였다. 여기에 평소 이웃집 '할매', '할배' 옆에 앉아 들은 야사도 정리했다.

대표적인 것이 '초량 6동 똥밭'이다. 초량 6동의 똥밭은 산복도로 하수 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침마다 여자 어린이들이 요강을 들고나와 비우던 장소다. 어린 관광객들은 '똥밭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에게 "이 시대에 태어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며 안기기도 한단다.

두 사람의 소원은 하나다. 산복도로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 "산복도로가 많이 알려지면 우리 마을 할배, 할매들도 우리를 자랑스러워 하겠죠."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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