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발암 소송 이진섭 씨 '우리 균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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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세상 만들기 아빠로서 내가 할 일"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아들 균도 씨의 미소는 여전히 해맑다. 이진섭 씨가 아들 균도 씨를 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게 소원이라는 장애인의 부모. 발달장애 아들 균도(23) 씨와 약 2년 동안 전국 3천㎞를 걸었던 이진섭(51) 씨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없더라도 균도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아빠로서 내가 할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개인의 문제를 오로지 개인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사회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 씨의 발걸음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 씨는 9일 '우리 균도-느리게 자라는 아이'(이진섭 지음/후마니타스)를 출간했다. 이 씨의 가족사, 균도 씨와 함께 한 국토대장정, 지난해 방사선으로 인한 암 발병 소송 등을 거치며 평범했던 장애아의 아버지가 운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1급 자폐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균도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2011년, 그는 세상 걷기를 준비한다. 출발 직전 그는 직장암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제 건강이 계속 나빠지고, 균도는 성인이 되어 가니까 마음이 바빠지더라고요. 내가 세상에 없을 때 균도가 부딪힐 세상의 높은 벽을 조금이라도 낮춰 줘야겠다는 생각에 절박했습니다."

800㎞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와 그는 곧바로 직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이듬해 아내까지 갑상선암 판정을 받자 심상찮은 느낌을 받았다. 2009년 장모도 위암 수술을 받은 터였다. 치료를 받으며 이웃 중에 암 환자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혹시 고리원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 겁니다."

자신과 아내의 암, 아들의 발달장애가 방사선의 영향 아니냐며 2012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지난해 10월 아내의 갑상선암만 인정하는 1심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일부 승소에 만족하지 않은 이 씨는 항소했다.

탈핵과 부양의무제 폐지를 걸고 다시 세상을 걷겠다는 그는 외롭지 않다. 자신의 승소에 뒤이어 모집한 집단 소송단에 전국에서 암환자만 548명이 모였다.

"원전 주변 주민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 장애인 가족도 휴식과 여유를 갖고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죠." 힘주어 말하는 그의 한 손에는 '우리 균도'가, 또 다른 한 손에는 아들 균도 씨의 손이 쥐어져 있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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