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악몽 되풀이 않으려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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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월성 1호기 가동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 운전을 2022년까지 연장했다. 연합뉴스

  싸고 좋은 난로가 있다고 해서, 옆집과 같이 샀다. 옆집에 난로가 폭발했고 이웃이 다쳤다. 우리 집은 어떻게 해야하나. 우리는 난로 옆에 앉아있는 데 안방에서 훈기만 느끼는 사람들이 문제 없다며 자꾸 이 난로를 좀 더 쓰잔다.

여기 신간 두 권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록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후쿠시마, 그 이후의 시간이다. 동일본대지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가 일어났다. 여기까지는 자연재해다. 그 다음부턴 인간의 영역이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대응 

관저의 100시간 / 기무라 히데야키

사고 후 100시간 생생히 담아


쓰나미의 여파로 송전탑이 무너졌고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전원이 차단되었다. 냉각 시설이 작동되지 않아 수증기가 폭발하면서 콘크리트 건물의 두꺼운 벽이 터졌다. 고농도 방사능이 유출되었고 3천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두 책의 목적은 하나다. 누군가를 비난하려고, 자책하려고 쓴 책이 아니다. 반복하지 않으려고 적는다. 그 때 잘못된 것은 무엇인가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과 마땅히 감당해야하는 책임을 분리시킴으로써 비판을 가능케 한다. 

아사히신문 기무라 히데야키 기자는 '관저의 100시간'(기무라 히데야키 지음/정문주 옮김/후마니타스/359쪽/1만 6천원)에 사고 당시 총괄지휘본부의 5일을 담았다. 경성대 김해창 교수 등이 공역한 '안전신화의 붕괴'(하타무라 요타로 외 지음/김해창 외 공역/미세움/246쪽/1만 5천원)는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1년간 조사해 2013년 완성한 보고서를 번역한 책이다.

기무라 기자는 고통스러운 재해였지만 거기서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후손에게 전해져야만 한다는 믿음으로 책을 썼다. 사고가 나자마자 도쿄 전력으로 갔고 우왕좌왕했던 도쿄전력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후 간 나오토 전 총리, 정치인, 비서관들을 만나 각종 회의 자료, 메모를 찾아 컨트롤 타워의 100시간을 복원해냈다.

일본 정부 조사위원회 구성
1년 활동 끝 작성된 보고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삼일이 지난 뒤, 미군은 후쿠시마에 협력 부대를 파견했다. 방사능이 풍향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고 싶어 일본 외무성에 자료를 요청했다. 일본 측은 실무부서로부터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첨부파일을 건네 받아 미군에 제공했다. 'SPEEDI' 였다. 이 파일은 풍향과 풍속, 지형을 계산해 방사성 물질의 비산 범위를 예측하는 것이었다. 
안전신화의 붕괴 / 하타무라 요타로 외

문제는 총리를 비롯해 주민 피난을 지휘한 정책결정자들은 'SPEEDI'라는 데이터가 있는 지 조차 몰랐던 것. 알려야할 공무원도, 검증해야할 위원회도 책임을 방기했다. 그 사이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방사능에 노출되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은 일어난다.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 하타무라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최종 보고서에서 이렇게 썼다. 옆집은 기록했고 우리는 번역했다.

이렇게 입에 떠서 먹여줘도 도망가는 이들도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7명의 위원들은 2012년으로 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를 10년 더 연장했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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