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개막까지 3주… 프로야구 중계권 협상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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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일방통행에 '프로야구 없는 TV' 봐야 하나

2015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을 3주 앞둔 현재까지 TV 중계권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시즌 초반 중계방송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홈경기를 중계방송하고 있는 모습. 롯데 자이언츠 제공

2015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시범경기는 7일부터 16일간 펼쳐진다.

벌써부터 야구장을 찾을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한' 열성 팬들이 많다. 그러나 6개월간의 정규리그 대장정 동안 매일 야구장으로 '출근'할 수는 없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맥주 캔과 함께 소파에 파묻혀 TV로 야구를 시청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경기 일수·채널 수 증가 이유
중계료 50% 이상 대폭 인상

지상파 3사와 합의 끝냈지만
케이블 채널 계약 문제 남아
XTM 발 빼 2개 채널 오리무중
'2009년 파행 재현되나' 우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불안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종료된 지상파·케이블 중계권 계약(2011~2014년)의 재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야구 중계를 안 할까? 그러나 지난 2009년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 해 4월 중계권 협상 난항으로 시즌 초반 한동안 텔레비전에서 프로야구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계권 협상 어떻게?

프로야구 중계권은 우선 지상파·케이블 중계권과 뉴미디어 중계권으로 나뉜다.

지상파·케이블 중계권 협상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마케팅사인 KBOP와 지상파 방송 3사 컨소시엄과의 계약으로 이뤄진다. 방송 3사 컨소시엄은 이를 다시 케이블 채널에 재판매한다. 2011년 방송 3사 컨소시엄은 KBOP와 연간 180억 원에 4년 계약을 맺었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계약은 종료됐다.

2013년 종료된 모바일 등 뉴미디어 중계권은 지난해 기존 계약자인 ㈜에이클라가 우선 협상 기간에 재계약해 5년간 권리를 확보했으며, 그 액수는 발표되지 않았다.

KBOP와 방송 3사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부터 새로운 지상파·케이블 중계권 협상을 진행 중이다. KBOP가 요구하는 것은 '연간 300억 원+α'로 알려져 있다. 이전 계약보다 50% 이상 인상된 금액이다.

올 시즌 경기 일수가 팀당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야구 중계 날짜가 더 많아진 것이 중계권료 급등에 한몫을 했다. 게다가 올 시즌부터 10구단 체제가 되면서 매일 5경기를 중계해야 한다. 기존의 4개 케이블 채널이 아닌 5개 채널에 중계권을 재판매할 수 있게 된 것도 인상 요인이 됐다.

■늘어나는 채널 어디로?

작년까지 지상파 방송 3사의 계열사인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3곳(KBS N SPORTS, MBC SPORTS+, SBS Sports)과 씨제이 이앤엠(CJ E&M)의 케이블 채널 XTM이 매일 프로야구 4경기를 나눠 중계했다. 그러나 올 시즌 XTM은 중계권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5경기로 늘어난 것이 중계를 하는 케이블 채널로선 유리하지만은 않다. 시청하는 팬들은 한정돼 있는데, 시청률과 그에 연계된 광고는 5개 채널이 나눠먹기를 해야 하니, 채널 쪽에서는 달가울 리 없다.

XTM이 야구 중계에서 빠지면 기존 스포츠 채널 외에 2개 채널이 더 필요하게 된다. 현재로선 종편 JTBC와 뉴미디어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에이클라가 운영하는 스포츠 방송 채널인 SPOTV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JTBC는 이미 2013 세계야구클래식(WBC)을 독점 중계했던 전례가 있다. JTBC가 야구 중계권을 따내면 골프 전문 채널인 J골프를 종합스포츠채널로 바꿔 오전에는 골프, 오후에는 야구 중계를 편성할 수 있다. SPOTV 역시 이미 야구 중계방송을 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까지 XTM이 중계한 프로야구 중계방송의 절반 이상을 SPOTV의 모회사인 ㈜에이클라가 제작해왔다.

■중계 파행 재현되나

문제는 프로야구 개막까지 3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기간 중에 중계권 계약이 완료될 수 있느냐다. 5일 KBOP 관계자는 "정확한 액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재 방송 3사 컨소시엄과 금액 부문에 있어서 합의는 끝났다"며 "다만, 계약서상의 문구 수정 문제로 계약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KBOP와 방송 3사 컨소시엄 간 계약이 이뤄지더라도 중계권 재판매를 위한 방송 3사 컨소시엄과 케이블 채널과의 계약 문제가 남아있다. 방송 3사가 보유하고 있는 3개 케이블 채널은 당장 방송을 시작할 수 있지만, 나머지 2개 채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단, 시범경기는 방송 3사의 케이블 채널에서 일부 경기에 한해 중계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전 경기를 중계해야 하는 정규리그가 문제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이 개막 전에 완료된다 하더라도, 중계방송을 위한 여러 준비들이 얼마나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KBO '일방통행'도 문제

각 구단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KBOP는 느긋한 입장이다. 이처럼 촉박한 일정에 대해서도 KBOP 관계자는 오히려 "우리는 방송 3사 컨소시엄과 계약을 할 뿐, 그 다음 재판매 문제는 방송 3사와 케이블 채널과의 문제"라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이다. 이를 두고 구단들은 KBOP는 물론 KBO의 '일방통행'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

현재의 시스템은 KBO가 중계권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 구단 별로 홈경기의 국내 중계권 권리를 갖는 미국·일본 프로야구와 비교할 때 '독점'이라 불릴 만하다.

이 같은 시스템에서 각 구단들은 계약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구체적인 계약 내용조차 알 수 없다. KBOP 관계자는 "중계권 계약은 비공개 원칙이기 때문에 체결 여부를 공표할 의무가 없으며, 세부 계약 내용에 대해 각 구단에 공지할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 구단 관계자는 "결국 KBO의 독점적 행태가 문제다. KBO가 이중 계약을 맺어도 구단은 알 길이 없다"며 "중계권 협상 과정에 각 구단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거나, 미국이나 일본처럼 구단별로 홈경기 중계권을 갖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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