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자살률 1위… 벼랑 끝 부산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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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의 짙은 그늘에 부산의 청년들이 삶의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청년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부산지역 20, 30대의 자살률이 전국 7대 광역시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부산지역에서는 2일 최근 3년 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던 A(33) 씨가, 이에 앞서 1일에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취업 스트레스를 호소해 온 B (27)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도박에 빠졌다가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2일에는 지난해 실직한 뒤 스포츠 토토에 빠져 수천만 원대의 사채를 끌어 쓴 C(27)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취업난 호소 30대 극단적 선택
사채 압박 20대 숨진 채 발견

고질적 불황·취업난 여파로
청년 자살률 7대 도시 중 1위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적 불안정,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치솟는 학자금과 생활비 탓에 채무자 신세로 대학 문을 나섰다가 높은 취업 문턱 앞에서 좌절하면서 빚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청년도 부지기수다.

고질적인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부산의 사정은 한층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부산지역 청년층 고용률은 41.0%로 전국 7대 도시 평균(41.9%)에 못 미쳤다. 통계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일자리의 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부산지역 청년층 자살률이 전국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도 취업난 등 지역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자살사망률은 2012년 기준으로 부산이 30.0명으로, 인천(31.2명)에 이어 7대 특별·광역시 중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청년층의 자살률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났다. 부산의 20대 자살 사망률은 24.0명으로 서울(15.9명)의 1.5배에 달했고, 30대는 31.9명으로 7대 도시 중 가장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 관계자는 "취업률과 소득 수준 등 지역의 경제 요인과 자살률은 높은 상관 관계를 나타낸다"며 "단적으로 2006년에서 2009년까지 부산지역 고용률이 3.4% 포인트 내려가는 동안 부산의 20대 자살사망률은 15.9명에서 25.0명으로 57% 포인트나 치솟았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청년들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과 고위험군에 대한 상담 강화 등 '사회적 타살'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청년유니온 박진우 사무국장은 "정부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을 쏟아내고 있지만, 취업난을 해결하는 실질적 정책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면서 "20·30대 청년들의 자살을 그저 '네가 못나고 부족해서 그런거야' 식의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부산광역자살예방센터 박춘민 교육홍보팀장은 "자살 위험 징후들은 의식·무의식 상황 중에 언어나 행동으로 표출되고, 이것이 주변 상황과 얽히면서 자살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면서 "위험징후를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잘 들어주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린 뒤 전문 상담기관에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우·민소영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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