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조이 럭 클럽' 여성들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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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모녀 3대가 와인파티를 즐기는 모습. IOK미디어 제공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수목극으로는 다소 이례적인 가족극이다.

월화 극과 수목 극이 주로 장르물이나 트렌드물이 편성되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시청자 층을 겨냥해 수목드라마로 편성됐다.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남녀노소 다양한 시청층 겨냥
3대에 걸친 '여자의 인생' 통해
서로 아픔 보듬는 가족들 조명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0년 전 퇴학당한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로 이뤄진 모녀 3대의 성장기를 담은 24부작 미니시리즈물이다.

불행한 여자라 생각했지만 인생이 축복이었음을 알게 된 1대 강순옥(김혜자), 열등감 가득한 사고뭉치에서 이제야 자신을 사랑하게 된 2대 김현숙(채시라), 진정한 멘토가 없는 이 시대에 허술하나마 좋은 선생으로 성장해 가는 3대 정마리(이하나) 등을 통해, 결국 인생은 서로를 품어주는 일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아낼 예정이다.

KBS '공부의 신', '브레인', '내 딸 서영이'를 연출한 유현기 PD와 '메리 대구 공방전', '태양의 여자', '적도의 남자' 등을 통해 섬세한 감성 필력을 선보인 김인영 작가가 처음으로 만난 작품.

김혜자가 고운 외모에 거침없는 말투의 소유자 일명 '안국동 강선생' 강순옥 역을 맡았다. 채시라가 솔직하고 화끈한 성격에 열등감 충만한 사고뭉치 김현숙 역, 도지원이 유명 방송사 앵커로 성공한 커리어우먼 김현정 역을 각각 맡았다.

정마리 역을 맡은 이하나. IOK미디어 제공
머리가 좋지만 단순하고 저돌적인 '고학력 허당' 정마리 역에는 이하나가, 완벽한 엄친아에 인기 훈남 아나운서 이두진 역에는 김지석이, 검도 5단의 실력을 소유한 까칠남 이루오 역에는 송재림이 열연을 펼친다.

유현기 PD는 지난 2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3대가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시청자들의 공감의 폭이 넓지 않을까 기대한다. 80년대 초반 학교를 다녔던 중년층이나 그 윗세대, 또 지금 청춘을 보내고 있는 세대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유 PD는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해석이다. 부정적으로 보느냐, 발전의 계기로 삼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사연이 있고, 좌절을 맛보고, 갈등을 겪는 인물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다르게 해석할 때 갈등이 해소되고 주변 인물들과 공감하게 되는 흐름과 과정을 보여주는 것, 결국 인생에 대한 이야기, 일종의 가족 성장기"라고 말했다.

김혜자는 강순옥이라는 인물에 대해 "요리가 직업이다. 남편과 잘 살다가, 남편이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집을 나가게 되고 결국 죽고 마는, 겪으면 안되는 사건을 겪은 여자다. 두 딸을 키우며 현실을 무서워하지않고 용감하게 사는 엄마"라고 말했다.

"김혜자선생님과 엄마와 딸로 호흡을 맞추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는 채시라는 "모든 걸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역할이어서 촬영하면서 신났다"고 말했다.

채시라는 또 "김현숙은 19살 때 딸을 낳은 집안의 사고뭉치로, 힘들게 살아가지만 씩씩함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가족때문에 버티는, 스스로 현실을 탈피해서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도지원은 "오랜만에 아이 엄마 역이 아닌 미스로 출연해 감회가 새롭다"면서 "겉으론 우아하지만 속으론 두려움이 많은 친구다. 손창민을 만나면서 꼿꼿했던 여자가 어떻게 변할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 PD는 "지상파나 케이블 드라마 대부분 남자가 주인공이고 여자들은 서브 주인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대로 해보자는 목적의식은 아니었고, 가족의 근간을 이루는 여성들의 이야기, 성장담이 새로운 아이템이라 생각하고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 PD는 "연출하면서 이렇게 많은 여배우와 호흡한 것은 처음이어서 상당히 고민했다. 작가가 여성들의 섬세한 심리와 그런 감정들을 잘 뽑아내기로 유명하니 잘 써주실거라고 믿고 신과 신을 어떻게 잘 살리느냐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김혜자 씨가 많이 도와줬다. 여자들만의 상황과 느낌은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춘우 선임기자 bomb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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