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부산 고령사회 진입] 초량 이바구길 실버 일자리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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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막걸리 등 5개 사업 50명 맹활약

'초량 이바구길'이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어르신이 '이바구 자전거'를 몰고 있는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의 주요 도시재생 중심축이자 관광 지역인 동구 초량동 '초량 이바구길'이 지역의 역사·문화와 연계돼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구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올 1월 현재 20.7%로 부산지역 16개 구·군 가운데 가장 높다. 이에 노인 생활 안정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노인이 주체가 되는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노인 일자리 현장에서 획기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초량 이바구길' 인근에는 동구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168도시락국', '625막걸리', '이바구 충전소', 동구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이바구 자전거', '우리 동네 일등꼬치'가 있다. 5개 모두 동구 초량발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50명가량의 노인이 참여하고 있다.

168도시락국, 625막걸리, 이바구 충전소 사업은 2013년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5억 5천만 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4월 개소했다. '이바구 자전거'와 '우리 동네 일등꼬치'는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특이한 점은 이들 노인 일자리 사업이 모두 초량 이바구길 주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초량 이바구길은 일제강점기 노동자들이 거주하고, 6·25전쟁 당시 피란민의 판자촌이 몰려 있던, 부산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 1.5㎞에 달하는 이 길은 2013년 3월 개통했다. 지금은 한 해 수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만큼, 지역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다. 이 길을 주행하는 '이바구 자전거' 사업에는 관광안내원으로 변신한 65세 이상 할아버지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3인승 전동 세발자전거 뒷좌석에 손님을 태워 이바구길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을 들려준다. 김형길(74·동구 수정동) 할아버지는 "내가 아직 사회에 쓸모가 있는 것 같아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만 일자리를 가진 게 아니다. 초량 이바구길 168계단 인근 '168도시락국'과 '625막걸리'집엔 할머니가 있다. 음식을 직접 만들고 판매한다. 168도시락국에 15명, 625막걸리에 12명의 할머니가 일한다. 168도시락국에서 바리스타 일을 하는 김판순(68·부산진구 범천동) 할머니는 "친구들도 부러워한다"며 "활기 넘치는 노년이 이처럼 즐거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초량 이바구길 노인 일자리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이바구길이라는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노인 일자리와 연계시켰다는 점이다. 또 노인이 도시재생의 중심이 돼 지역경제를 살리는 노인 복지, 노인 고용의 선진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노인 일자리에 대한 발상의 전환도 신선하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동구 지역의 특성을 살려 이들 시설에 지역 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정상식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장은 "이처럼 일정 지역에 노인 일자리를 집중 배치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특히 산동네에 스토리를 입혀 관광 콘텐츠와 진화된 노인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창조경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초량 지역 노인 일자리는 168계단 모노레일 설치와 맞물려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동구노인복지관 김채영 관장은 "다음 달부터 168계단 인근에 어묵을 판매하는 '이바구 할매오뎅'을 개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운영되는 '전통놀이체험단', '정란각 게스트 하우스'도 노인 인력으로 이끌어갈 방침이다. 이들 3곳 사업장에 필요한 노인 인력만 30여 명에 달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향후 범일동, 수정동 이바구길 조성을 통해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달식·김상훈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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