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떠넘기려 법 고치고 감사 으름장 정부, 도 넘은 '지방 재정 옥죄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부의 지방재정 '손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논란을 빚은 누리과정(만 3~5세 유아 보육비 지원제도) 예산의 시·도교육청 부담 책임을 분명히 하는 법률 개정을 교육부가 추진 중인가 하면,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 상태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재정 개혁'을 언급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지자체들은 "'증세 없는 복지' 공약으로 야기된 정부 재정난의 출구로 열악한 지방재정을 희생양 삼으려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 지방교부금법 개정
3~5세 보육비 지원 책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 시도

"무분별 예산 집행 살피겠다"
감사원장 '표적 감사' 뜻 비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이 4일 공개한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추진방향'에 따르면 교육부는 현재 교육기관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집행하는 데 사용토록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앞으로는 어린이집이나 사립학교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파동이 불거졌을 때, 예산 배정의 주체를 놓고 법적 논란을 벌였다. 정부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누리과정 재원은 지자체의 몫이라고 주장한 반면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은 보육 영역인 만큼 법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출할 수 없다고 맞섰다.

사정이 이런 만큼 교육부의 움직임은 올해도 같은 논란이 재연될 것에 대비해 아예 누리과정 예산은 지자체 책임이라는 것을 법으로 못 박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부산 등 상당수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터에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지방재정 상황을 도외시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정이 모자라 교부금 비율을 높여 달라고 했는데, 정부는 오히려 지방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려고 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찬현 감사원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자체와 교육자치단체가 재정 여건 악화에도 무분별한 예산 집행을 하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원장은 특히 "무상복지, 무상보육 부분은 자구노력을 한다면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며 "지난해 시·도교육청이 (예산을)제대로만 집행했다면, 보수적으로 봐도 5천억~7천억 원은 아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시·도교육청의 예산 운용에 집중적으로 '메스'를 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해 세수는 부진한 반면 복지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중앙 정부나 지방 모두 살림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개혁과 교부금 축소를 시사했다.

박홍근 의원은 "누리과정 등 대통령 공약으로 시작된 국가시책사업 비용에 대한 지출의무를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는 건 명백한 꼼수이자 책임 전가"라며 "대통령이 나서서 (복지 재원에 대한)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