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자 보도블록이 누워서 말을 건네다

'지하철 승강장 입구에/학교 앞 횡단보도에/엘리베이터 앞에/말이 누워 있다/-지하철 승강장이니 조심하세요/-오른쪽으로 가면 길을 건널 수 있답니다/-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여기로 오세요/노란색/따스한 말이/올록볼록 누워 있다/까만 안경 낀 아저씨/지팡이 끝으로/말을 듣고 있다.'('누워 있는 말')
때로 우리는 이 '누워 있는 말'을 무심하게 밟고 지나간다. 이 '올록볼록 한 말'이 시각장애인들에겐 절대 놓쳐선 안 될 '따뜻하고 소중한 말'이란 걸 잊은 채. 
박선미(사진) 동시인이 이런 무심함을 일깨우는 따뜻한 동시집 '누워 있는 말'(청개구리·사진)을 내놨다. 시인은 "세 번째 집을 지어 세상에 내놓는데, 이 시집이 정말 '마음이 헐벗은 어린이들을 따스하게 안아 줄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했다. 
따뜻한 시선의 세 번째 동시집 
일상 속 '소중한 존재'에 주목 
"영혼 헐벗은 어린이 안고파"
시인의 따뜻한 눈길은 조손 가정 어린이의 외롭고 고단한 마음('얼음' '처음 알았다' '화산')에도, 로드킬 당한 아기 너구리에게도 짠하게 머문다.
'우리 가족/즐겁게 여행 가는데/고속도로 한가운데/너구리 한 마리/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중략)/아기 너구리 찾아 울고 있을/너구리 엄마가 떠올라/(…길 건너는 아기 너구리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 자동차 보신 분을 찾습니다)/너구리 엄마 대신/현수막 걸어 주고 싶다.'('목격자를 찾습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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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미/ 누워 있는 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