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큰 광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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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지난해 말 부산 사하구 감천1동 '푸른누리 작은도서관'에 주민 15명이 모였다.

얼핏 반상회처럼 보였지만 이날 모임은 작은도서관 운영위원회로, 안건은 '동네 가로등' 문제였다.

운영위원들은 동네 가로등이 어두워 위험하다는 데 공감, 행정 기관에 적극 건의해 문제를 해결했다. 작은도서관이 동네 주민들의 마을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2=부산 해운대구의 한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작은도서관이 들어선 뒤 풍성한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이 독서토론 동아리, 지역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문화와 교육 환경 개선에 한몫 거들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또 급한 용건이 생긴 주민들의 아이들을 잠시 맡아주는 탁아시설 역할도 하고 있다.

개설 20년 만에 부산 240곳
10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어
어린이 공부방서 공론장으로
"공동체 기능 회복의 장" 평가


어린이 공부방 정도로 치부됐던 작은도서관이 주민자치와 지역 공동체 회복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며 부산 전역에 급속도로 늘고 있다. 더불어 누가 이웃인지도 모르고 삭막하던 지역 사회가 작은도서관을 통해 서로의 사정을 돌보는 살가운 공동체로 변모하고 있다.

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산 전역에 설립된 작은도서관은 모두 240곳에 이른다.

1995년 남구 감만종합사회복지관에 부산 최초의 작은도서관인 '감만꿈터 도서실'이 생긴 이래 2005년까지 부산 전역의 작은도서관은 65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서서히 작은도서관 설립 붐이 일기 시작, 2014년까지 175곳이 더 생겼다. 특히, 사하구나 영도구의 경우 2008년까지 2곳에 불과하던 작은도서관이 10년도 안 돼 20여 곳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성장에는 작은도서관을 통해 지역 공동체 복원의 가능성을 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한몫했다. 특히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은도서관 진흥법'을 공포하면서 작은도서관 설립이 더 탄력을 받았다.

푸른누리 작은도서관 오영미 운영위원장은 "작은도서관이 들어서자 처음엔 교육에 관심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며 "자연스럽게 학부모·주민들의 소통이 이뤄졌고 생활 속 공적 문제로 주제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도 작은도서관이 전통사회 우물터나 현대의 인터넷보다 더 발전된 공론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경대 한혜경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작은도서관에는 독서로 식견을 갖춘 다양한 계층의 시민(Informed Citizen)이 얼굴을 마주 대하며 공론을 만든다는 점에서 우물터나 인터넷보다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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