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로 나눔터로… '공동체 살리기' 변화를 길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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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광장' 된 작은도서관

부산 사하구 일대의 '작은도서관'들이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괴정동 회화나무 작은도서관에서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논술 수업을 받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한 작은도서관 덕분에 파편화됐던 마을 공동체에 생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체계적 지원이 아쉬운 문고 수준의 작은도서관이 적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절실한 상황이다.

지역 교육의 중심지 역할 톡톡
주민들도 지식 나눔으로 동참
마을가게 시험 운영까지 나서
외국선 마을 만들기에 적극 활용

인력·재정 '지원의 단비' 필요
공립 작은도서관 늘리기 급선무

■공동체 복원의 거점, 작은도서관

부산 금정구 남산동의 '금샘마을공동체'는 작은도서관을 거점으로 만들어진 지역 공동체다. 20여 가정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2008년 만든 작은도서관은 이 마을 아이들의 꿈터가 됐고 이듬해 지역아동센터까지 생겨 소외된 아이들의 배움터가 됐다. 2011년에는 마을기업 형태의 북카페도 문을 열어 마을 사랑방이자 놀이터가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금샘마을공동체는 단오잔치, 어린이날 운동회, 마을 영화제 등 연중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서왕설래(書往說來)'. 책과 말이 오간다는 뜻으로 2013년 부산 사하구 감천1동에 만들어진 '푸른누리 작은도서관' 회원 14명이 만든 독서 동아리의 이름이다. 최근 서왕설래 회원들은 재능기부에 열심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몇몇 회원은 중국어, 영어 강의를 개설해 주민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부모 입장에서 작은도서관이 가뭄 속 단비와 같다. 작은도서관에서 파생된 주민 모임이 지역 교육의 한 축을 떠맡은 것이다.



■작은도서관들이 변화시킨 풍경들

사하구 괴정1동 '회화나무 작은도서관'에서는 방위협의회, 청년회 등 10개 단체가 매월 회의를 열고 있다. 도서관 운영을 위해 정기적으로 모이기 시작한 주민 모임이 마을단체 회의까지 확대된 경우다. 또 주민들은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독거노인을 위한 식사도 제공하는 등 봉사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마을 재생 전문가들은 작은도서관의 주민 자치 기능을 주목한다. 동의대 양재혁 건축학과 교수는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을 만들기에 동네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작은도서관이 각종 행정 서비스 정보까지 제공한다면 현재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탄생한 금샘마을 공동체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 구조까지 실험하고 있다. 2011년 북카페 옆에 마련된 조그만 마을가게 코너가 그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2천 원의 임대료만 내면 직접 만든 천연비누나 반찬 등을 마을가게에 내놓고 팔 수 있다.

푸른누리 작은도서관에서 이뤄지는 각종 강의도 가정 경제에 도움을 준다. 주민들이 나서 지식나눔 형태로 강사를 맡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과학, 어학 강의 등을 들을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작은도서관에 보내고 있는 김주영(41·여·부산 사상구) 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어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면서 "작은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어 좋고 비용이 저렴해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체계적 지원 공동체 복원 불씨 키워야

부산의 작은도서관들이 비약적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경기도의 경우 작은도서관이 무려 1천300여 곳으로 부산보다 5배 이상 많다.

전문 사서 등 인력 부족 탓에 체계적 관리가 안 되는 것도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 일부 작은도서관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운영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거나, 장서 분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이동 사서제' 같은 지원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작은도서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거점 도서관과 연계된 공립 작은도서관을 늘려가는 게 급선무다. 부족한 도서와 자체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걸어서 5분 거리마다 작은도서관을 보급하는 계획을 천명한 영도구 어윤태 구청장은 "도서관을 자꾸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범적 운영 모델을 여러 작은도서관 주민들에게 교육하고 이식하는 사업에도 방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확보한 2억 1천만 원을 집행하면 연말께 사하구와 사상구, 서구에 작은도서관 1개씩 더 지을 수 있다"면서 "부산시도 사서 교육과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예산 1억 원을 배정해 놨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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