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사진 5년간의 예술 담론' 막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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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제5차 다큐멘터리 세미나가 지난달 31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4시간 넘게 열렸다.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널리 전파하는 '사진 대중화 시대'가 활짝 열린 가운데 다큐멘터리 사진을 둘러싸고 부산에서 5년간 문화 담론의 장이 펼쳐져 화제다. 서울 중심의 담론 문화에서 벗어나 부산에서 진지한 사진 담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1950~70년대 한국 사진의 중심이었던 부산 사진의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더욱이 사진의 기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사진술에서 사진학으로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고은사진미술관(관장 이상일)은 지난달 31일 오후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제5차 다큐멘터리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70여 명의 사진 애호가가 참여한 가운데 4시간 넘게 시종 열띤 분위기 속에서 발제와 지정토론 그리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의미·가치·가능성 찾아보자"
고은사진미술관 2009년 시작
세미나·전시회 등 이끌어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적 성찰로 지평 넓혀"


세미나는 한국 현대사진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이 갖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 가능성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2009년 10월에 시작된 '다큐멘터리 세미나'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리였다. 1차 세미나에서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상황'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개념과 용례를 살폈고, 2차 세미나(2010년 3월)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과 포토저널리즘의 경계에 관하여'를 중심으로 논의가 펼쳐졌다. 3차 세미나(2010년 6월)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사진의 모호한 위상과 차가운 관계에 대하여'를 주제로 토론이 일었고, 4차 세미나(2010년 10월)에서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념 형성과 전개'를 주제로 논의를 이어 갔다.

이날 '도큐먼트의 스타일:워커 에번스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박상우(중부대 교수)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은 도큐먼트가 지닌 기록성 중립성 아카이브 우연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오브제의 미학이자 발견의 미학"이라며 "디지털 사진이나 연출 사진에 대한 반발로 실재에 대한 향수가 커지면서 오늘에 와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더욱더 호명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영준(기계비평가)은 주제발표 '다큐멘터리에서 도큐먼트로'를 통해 "작가에게 의존하는 작가주의 다큐멘터리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면서 "작가라는 필터를 통과하기 이전의 기록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논의의 중심이 다큐멘터리에서 도큐먼트로 옮겨지고 있는데, 다양한 도큐먼트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내레이터'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최봉림(사진비평가·작가)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대부분 전지적, 제한적 앎의 3인칭 내레이터 시점을 고수하면서 민족주의 혹은 온정주의적 휴머니즘을 감초처럼 끼워 넣었다"며 "작가-내레이터-등장인물이 하나로 엮이는 자전적 내레이션 방식이나 등장인물에 대해 내레이션 권한을 부여하는 기법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석(명지대 교수)은 '최민식의 사진은 과연 다큐멘터리였는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다큐멘터리 1세대로 불리는 최민식을 한국사진사에서 어디쯤 위치 지을 것인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면서 "다큐멘터리는 위치정보 공간정보 대상정보 등 기록화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최민식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라기보다는 리얼리즘 사진가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5년에 걸쳐 다큐멘터리 세미나를 이끌어 온 이상일 고은사진미술관 관장은 "2009년 첫 세미나를 시작으로 '부산 사진의 재발견' '부산참견록' '다큐멘터리 스타일' 등 실제 다큐멘터리 전시도 병행하다 보니 5년이나 세미나를 끌어오게 됐다"며 "한국에서 이제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담론은 더는 없어도 될 것으로 보며, 앞으로 더욱 진전된 담론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성원 선임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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