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국립국어원의 이런 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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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원 교열팀장

국립국어원은 말 그대로 국립이다. 당연히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런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운용하는지 보자.

*도스토옙스키: 제정 러시아의 소설가(1821~1881).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자로, … 작품에 <가난한 사람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따위가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Karamazov家-兄弟): 제정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지은 장편 소설. 물욕과 색욕의 상징인 표도르를 아버지로 하는 카라마조프가(家)의 삼 형제, 거기에 … 긴밀한 구성으로 집대성하였다.

표준사전에 오른 이 두 올림말(표제어)에서, 국립국어원의 무신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면서, 정작 표제어로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라고 올려놓았다. 고유명사인데도 통일시키지 않은 것이다. 이런 무신경도 있다.

*마산: 경상남도 진해만 안쪽의 마산만에 있던 시. … 2010년 7월 행정 구역 통합 추진에 따라 진해시와 함께 창원시에 통합되면서 폐지되었다.

*부마고속도로: 부산과 마산 사이를 잇는 고속 도로 ….

표제어 '마산'에는 '마산만에 있던 시'라고 해 놓고도, '부마고속도로'에는 '마산'이 마치 지금도 있는 도시인 것처럼 풀이해 놓았다.(게다가, 마산만은 바다이므로, '마산만에 있던'도 '마산만에 접한'이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어쩌면 애교라고나 할까. 기함하게 하는 잘못도 있다. 다시 표준사전을 보자.

*경옥고(瓊玉膏): 생지황(生地黃), 인삼, 백봉령(白茯영), 백밀(白蜜) 따위를 넣어서 달여 만드는 보약. 혈액 순환을 고르게 해 준다.

풀이 가운데 '백봉령'이 바로 그것인데, '백복령'을 잘못 쓴 것이다. 여기서 한자 '茯(복)'은 '봉'으로 읽힐 이유가 전혀 없다. 발음이 [백뽕녕]이라서 착각한 것일까.

*유엽갑(柳葉甲): 갑옷의 하나. 대략 두 치 평방의 쇠로 만든 비늘 모양의 조각에 검은 칠을 하고 검은 녹비(綠肥)로 얽어서 만들었다.

이 '유엽갑' 풀이도 비슷한 수준이다. 기함하게 하는 부분은, 갑옷 재료가 '녹비(綠肥)'라는 설명. 표준사전을 보자.

*녹비(綠肥): =풋거름. '풋거름'으로 순화.

그러니, 사전 풀이대로라면 '아직 썩지 않은 거름'으로 갑옷을 얽는다는 말이 된다. 자기 군사들을 다 죽일 작정이 아니라면 이런 짓을 할 리가…. 유엽갑은 그을린 '사슴가죽', 그러니까 '녹비(鹿皮▽)'로 얽는다.

이쯤 되면 슬슬 걱정이 된다. 표준사전을 만든 뒤 15년 동안이나 이런 잘못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그렇다손 치면, 어느 누구도 국립국어원에 틀린 걸 알려 주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요, 그런 지적을 받고 고치지 않았다 해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이 왕따가 아니면 고집불통이라는 얘긴데….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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