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옥죄기'가 재정난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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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재정 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 수요 증대와 세수 확보 부진에 따른 재정난 해결 방안으로 지방재정을 겨냥한 셈인데, 가뜩이나 '돈 가뭄'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제는 현행 지방재정 제도와 국가의 재정지원시스템이 지자체의 자율성이나 책임성을 저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고, 적폐가 있으면 과감하게 개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방교부세·재정교부금 거론
박 대통령, 과감한 개혁 주문

실제 교부금 삭감 나선다면
제2의 '누리과정 사태' 우려


박 대통령은 이어 "지방교부세의 경우, 자체 세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지자체가 갖게 되는 교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세입을 확대하려는 동기나 의욕을 꺾는 그런 비효율적 구조는 아닌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서도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데 내국세가 늘면 교육재정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현행 제도가 과연 유지돼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세출 구조 합리화라는 세수 확보의 큰 틀에서 지방재정의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담뱃세 인상, 연말정산 파동으로 '꼼수 증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방재정 합리화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지방재정 '옥죄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의 세수난에 따라 내국세에 비례해 교부세를 배분받는 지방재정도 갈수록 열악한 상황이다.

올해 지방교부세는 34조 6천832억 원으로 지난해(35조 6천982억 원)보다 1조 150억 원(3.8%) 축소 편성됐다. 부산시교육청이 올해 교육부로부터 받는 보통교부금 역시 2조 2천726억 원으로 2014년(2조 4천538억 원)에 비해 1천812억 원(7.4%) 삭감됐다. 지방세 수입 감소와 국고보조사업으로 인한 재정 부담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지자체도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형편이다.

정부가 교부금 삭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지난해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빚어진 정부와 지자체 간 정면충돌이 재연될 우려도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지방재정 개혁이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나온 것이라면 또 다른 문제"라며 "진정성 있는 지방재정 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전날(25일)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모두 지방세이기 때문에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관련법은 국회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앞서 여야는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에 대해 "2월 국회 처리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세수 확보 드라이브를 걸면서 당정 간, 여야 간 '증세 없는 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점차 격화되는 양상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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