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세 인상, 서민 증세 아니다" 궁색한 정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증세 논란 휩싸인 지방재정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이명재(왼쪽에서 세 번째) 민정특보 등 신임 특보 및 수석들과 티타임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25일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추진방침을 밝힌 데 이어 26일엔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혁'방침을 천명해 '증세 논란'이 지방세로 옮겨가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의 한계가 드러나자 박근혜정부가 '세출 축소'와 '세수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증세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 지방세 증세는 실현 가능성이 낮고, 지방재정 지원 축소는 지자체 재정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교부세·교부금 비효율 구조" 
박 대통령 언급에 축소 조짐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재추진 
여야 반대하자 정부 발 빼기

■교부세·교부금 축소 우려 높아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조금' 성격이 강하다. 특히 지방교부세는 자체 수입으로 필수 경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지자체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지방교부세는 올해 예산에 34조 원이 반영됐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9조 원이 책정됐다.

박 대통령이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 '비효율적 구조'라고 비판하면서 앞으로 일방적인 교부세·교부금의 축소가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취지는 최저 임금과 마찬가지로 국가 경제가 어떤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최소한 이 정도는 국가재정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정한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의 언급은 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민·자동차세 인상 여야  비판

정부는 세입 확대를 위해 지방세인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정 행자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실패한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올해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2일 발표한 '지방세 개편방향'을 통해 2∼3년에 걸쳐 주민세를 2배 인상하고 자동차세도 100%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서민증세'라는 야당의 반발로 입법에 실패했다. 정 장관은 이를 의식해 "주민세는 모든 주민이 내는 '회비'의 성격이므로 이번 인상안을 서민증세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야당은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장관이 주민세를 '회비'라고 표현한 데 대해 "해괴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까지 세수 확충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지방세제 개편안 처리의 의지를 밝혔던 새누리당은 연말정산 환급금 축소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해 주민세 등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은) 지자체장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인 만큼 먼저 야당을 설득하고 대국민 홍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2월 국회에서 주민세·지방세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밝혔다.

행자부도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자치단체의 강한 요구와 국회의 협조가 없는 이상,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교부세·교부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증세 논의를 지방세로 확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도 "지방재정을 털어서 세수부족을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