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스프링클러 확인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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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아파트 스프링클러 정기 점검에서 누락되는 가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부산의 한 고층아파트 실내 스프링클러. 부산일보 DB

'우리 집 스프링클러, 열·연기감지기는 제대로 작동할까'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 모(35) 씨는 최근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 사건을 접하고 이 같은 의문을 품었다. 김 씨 아파트는 1년에 두 차례 소방시설 점검을 받아야 하는데, 단 한 번도 누군가가 김 씨 집에서 스프링클러를 점검한 기억이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점검 때마다 부재중이어서 김 씨의 집은 건너뛰었다는 것. 미점검 가구는 다음 점검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관리사무소의 설명에 김 씨의 불안은 더 커졌다.

공동주택 화재 때마다 전문가들은 참사를 막을 수 있는 해법으로 스프링클러를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아파트의 전수 점검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면적 5천㎡ 이상 아파트
1년 2차례 점검 의무화
상당수 가구 집에 사람 없어
업체 점검률 최대 60% 그쳐
고장나도 확인 잘 안 돼


26일 부산시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올해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과 작동기능점검을 받아야 하는 부산 아파트는 총 5천525채다. 이들 아파트는 11층 이상에 연면적 5천㎡ 이상 건물로 각 가구에 스프링클러, 열·연기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아파트마다 선정한 소방관리업체는 점검을 실시해 그 결과를 지역 소방서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체 소방시설 점검 아파트는 16층 이상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돼 11층 이상도 점검에 포함되면서 점검 대상 아파트가 1천181채 늘었다.

문제는 매년 실시되는 종합정밀검사와 작동기능검사에서 상당수 가구가 미점검 상태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 취재진이 부산에 등록된 5개 소방관리업체에 문의한 결과 이들 업체가 담당하는 아파트 전 가구를 점검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가장 많은 가구를 검사하는 업체는 아파트 단지당 60% 수준. 몇몇 업체는 점검할 수 있는 가구가 20~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소방본부는 해마다 미점검 가구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요즘엔 맞벌이 가정이 많아 낮에 점검을 하면 집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면서 "점검 기간은 정해져 있는데 대단지 아파트의 몇 천 가구를 다 점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장 난 스프링클러나 열·연기감지기구가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실정. 특히 인테리어 시공 과정에서 열·연기감지기 전선을 건드려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소방관리업계의 증언이다. B업체 관계자는 "천장 도배 때 부주의로 열·연기감지기 고장이 잦다"며 "아파트에 이사를 오가는 가구 수가 많은데 그때마다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방본부 관계자는 "집안에서 스프링클러와 열·연기감지기를 확인하는 게 가장 좋지만 밖에서도 펌프나 수신기 체크로 가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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