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타정신 되새기게 하는 이수현의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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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1월 26일 일본 도쿄의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숨진 고(故) 이수현 의인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이수현의인문화재단'이 오는 4월 공식 출범한다고 한다. 이수현 의인이 숨진 지 14년 만이며, 재단 설립이 공표돼 추진된 지 7년 만에 결실을 맺는 것이다.

이수현의인문화재단의 설립은 단순히 한 개인을 추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돕는 것은 국적이나 이념,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치다. 그런 가치가 한 개인의 일회성 선행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널리 공유되고 확산되게 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바로 재단 설립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필요한 기금 최소액인 5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재단 설립이 지연된 것은 아쉬움이 크다. 이제라도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후원 의사를 밝혀 재단 설립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며, 앞으로 재단 설립을 가속화하고 설립 후에도 재단이 건실하게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수현 의인의 고향인 부산에서도 시민들이 기금 조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모을 필요도 있다.

또한 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 이수현의인문화재단이 공식 출범하는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으로 한·일 관계가 지난 50년 중 가장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민간이 공동으로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의인의 '이타정신'을 매개로 양국 관계를 민간 차원에서부터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수현의인문화재단이 설립되면 한·일 양국의 의인을 발굴해 시상하는 의인상 제정, 청소년 교류 사업, 의인 유가족 복지 및 장학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한다. 재단이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고인의 이타정신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 한·일 양국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가교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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