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팬이 보는 부산국제음악제] 작지만 강한 음악제, 무소의 뿔처럼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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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부산국제음악제가 27일 '오프닝 콘서트'로 개막한다. 사진은 2014년 제9회 부산국제음악제 모습. 골수팬을 자처하는 강미옥(아래 사진 오른쪽) 씨와 최병주(아래 사진 왼쪽) 씨는 이구동성으로 "부산국제음악제에서 순수와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부산일보DB

때로는 낯선 곳 여행보다는 이미 거쳐 갔던 곳을 다시 돌아보는 게 소중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지난 기억을 되돌이킬 수 있는 장소를 찾아 가는 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실용적으로 꾸려진 가방보다는 지난 여행의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는 게 더 값지다. 여행 가이드북에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오직 당사자만이 아는 소중한 것들 말이다.

황량한 한겨울에 지난 여행의 축축한 기억과 경험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음악 애호가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최병주(변호사) 씨와 강미옥(창원 성민여고 행정실) 씨로, 27일 부산국제음악제 오프닝콘서트를 앞두고 만났다. 올해 10돌을 맞은 부산국제음악제 골수팬이다. 2005년 부산국제음악제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음악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서너 차례 연주회를 꼭 챙겨 들었다고 한다. 마침 이번 국제 음악제의 메인타이틀도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best of the best)'다. 10회째를 맞은 국제음악제 중에서 관객들이 가장 좋아했던 실내악곡들을 엄선해 다시 들려주는 프로그램들이 거기에 속한다.

두 사람은 표현은 달리 했지만 국제음악제가 열리는 동안 '오래된 것의 새로움'에 대한 의미를 느끼며 삶을 재충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최병주 씨

'오래된 것의 새로움' 재충전 
음악제 중 기획력 단연 으뜸 
동시대 작품 더 많이 선뵈길

·강미옥 씨

황량한 겨울에 내리는 단비
정체성 간직한 순수함 매력
민간음악제 긴장도도 눈길

"직업이 변호사여서 안타까운 사건들을 많이 접한다. 우리 사회가 더 여유로워져 음악회를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음악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연주회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가슴에 감도는 행복한 여운을 놓칠 수 없어 국제음악제를 매년 찾는다."(최병주)

"부산국제음악제는 황량한 겨울에 내리는 단비 같다.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는 순수함이 매력적이다.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민간음악제여서 그 긴장도가 높은 데 있는 것 같다. 부산국제음악제는 작고 내실 있는 강한 음악제다."(강미옥)

"앞으로 현대음악을 포함한 동시대 작곡가의 음악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최병주)

"부산국제음악제가 예산적인 이유로 힘들어하는 것 같다. 부산시가 많이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강미옥)

"중간에 포기하려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 음악제가 유지되었다. 민간이니까 능력이 부족할 것이란 생각을 관에서 버렸으면 좋겠다."(인터뷰를 지켜보던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 이명아)

최근 부산마루국제음악제를 둘러싼 부산음악협회와 조직위 간의 마찰을 지켜보면서 부산국제음악제의 키워드는 '순수와 뚝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부산국제음악제(051-740-5833)는 2월 2일까지 열린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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