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만디버스] 4. 관광 패러다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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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영화 '국제시장'의 감동을 발품 없이 즐길 수 있다면?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와 영자(김윤진 분)가 서구 초장동 산복도로에 있는 옥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변강훈 마을활동가(왼쪽)와 이준경 '에코투어 거위의꿈' 대표가 지난 15일 영화 속 덕수네 집을 찾아 간 모습. 두 사람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 이은 영화의 흥행으로 산복도로 정기 순환 투어버스를 도입해도 충분한 수요가 있을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대현 기자 jhyun@

자유여행이 대세가 되면서 관광객 유치에 있어 대중교통을 활용한 접근성 확보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부산의 산만디(산꼭대기의 부산말) 곳곳에 숨은 관광자원을 잇는 '만디버스' 도입이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다.

관광·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만디버스는 부산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꿀 획기적인 소재가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바다에 치중됐던 부산의 관광자원을 이번 기회에 산과 마을이 있는 산복도로로까지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영화 '국제시장'이 1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 인기몰이를 하면서 서구 초장동 덕수(황정민 분)네 집을 비롯한 산복도로 일대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탁 트인 시내 조망과 산자락 야경
해운대와 차별화된 수요 확대 기대

흩어져 있는 전망대와 명소 관람
접근성 높이는 일이 남은 과제

관광자원 연계한 자유여행 증가세
매일 순환하는 대중교통 확충 필수

■대세는 자유여행, 편리한 노선은 필수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도색과 팻말로 만디버스를 꾸미면 좋을 겁니다. 산복도로 마을 풍경은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어 향수를 불러 일으키거든요. 요즘 다시 부는 복고 열풍과도 맞고, 파스텔톤 집들이 사진 찍기도 좋아 교통편만 받쳐 주면 얼마든지 관광객을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서울에서 코레일 협력 여행사를 운영 중인 오영진 '해밀여행사' 대표는 최근 부산의 산복도로를 찾았다. 만디버스 도입이 추진된다는 소식을 듣고 코스를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다.

오 대표는 "아무리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라 해도 산복도로를 모두 걸어서만 투어하기는 힘들다"며 "정기적인 순환노선이 생기면 젊은이들은 물론 나이 드신 분들도 편리하게 타고 내리면서 구경하는 게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틈만 나면 한국을 찾는다는 홍콩의 여행블로거 사라 침 씨는 "매번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여행을 한다"며 "부산의 웬만한 관광지는 다 가 봤는데, 버스 노선을 잘 몰라 영주동에 생긴 모노레일과 산복도로 야경투어를 못 해본 게 아쉽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 야경 명당이 한곳에!

국내외 관광객들뿐 아니라 부산시민들에게도 산복도로는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산복도로에 숨은 명소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노선을 따로 검색해 보고, 발품을 팔아야만 닿을 수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산복도로에 가본 사람들은 그 색다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부산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에 있고, 산자락에 자리잡은 집들이 점점이 불을 밝힌 야경도 아름답다.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산복도로 투어버스와 지역 여행사들이 진행 중인 투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행사 '부산여행특공대'의 '게릴라 버스투어'에 참여한 관광객들은 "부산에 여러 번 왔지만 갈 때마다 허전한 여행을 하고 왔는데, 이번 여행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야경투어는 가는 곳마다 탄성이 절로 난다", "우리나라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은 부산이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오고 싶다"는 후기를 남겼다.

외지인들에게 부산 특유의 지역색을 보여 주기에도 산복도로만한 곳이 없다. 강석호 '마이스부산닷컴' 대표는 "마이스 행사에서도 이런 이색 투어를 점차 공식 옵션으로 채택하는 추세"라며 "부산의 속살을 보여주는 새로운 관광·문화 콘텐츠 발굴 측면에서 만디버스라는 교통망 확충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수요 예측·손님맞이 준비 선행 돼야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와 산복도로 마을재생 차원에서도 만디버스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부림 부산관광공사 관광마케팅팀장은 "홍콩에서 도시 전망을 보기 위해 트램을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처럼 부산에서는 만디버스를 타고 산복도로에 올라가 야경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부산시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프로젝트, 북항 재개발사업과도 연계해 추진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동호 부산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은 "산복도로에 생긴 여러 마을기업들도 결국엔 관광객들이 많이 와 줘야 운영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만디버스 도입을 위해서는 부산시가 현재 운영 중인 산복도로 투어버스나 기존 버스 노선들과의 차별화, 노선 조정, 통합까지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왕병구 '선진관광' 대표는 "동구 산복도로 일대를 순환 중인 333번 버스와의 차별화 문제와 함께 여행사 프로그램과 연계한 수요창출 방안, 만디버스 운영주체 문제 등을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복도로 일대 거점들이 만디버스가 실어나르게 될 수많은 관광객들을 수용할 만한 준비가 됐는지도 꼼꼼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만디버스가 수익을 창출하고 관광객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손님맞이 준비가 선행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이슈팀=손영신·이호진·이자영

김한수 기자 is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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