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슬림 시사만화가 카릴 벤딥 "극단적 조롱도 문제지만 극단주의자 폭력 행위 용납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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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인 미국 시사만화가 카릴 벤딥이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애도하며 그려 보낸 만평.

"시사만화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와 행동을 비판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아랍인이 싫다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폭력으로 응수하려는 극단주의자의 행동은 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프리랜서 시사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카릴 벤딥(57·사진) 씨는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시사만화 잡지 '샤를리 에브도' 총격 사건에 대해 "참혹한 사건"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195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서 모로코와 알제리에서 성장기를 보낸 무슬림 아티스트다. 미국에는 1977년 이민을 왔다. 지금은 다국적 기업의 부정과 불법을 감시하는 국제연대 시민단체 '코프와치'(CorpWatch)에 시사만화를 싣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질문과 답변은 지난 11~12일 이틀 동안 이메일로 이뤄졌다.

그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 함께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애도하는 뜻의 시사만화를 직접 그려 이메일에 첨부했다. 커다란 펜촉 끝에서 죽음의 피로 짐작되는 잉크가 한 없이 흐르는 그림이었다. "코란에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만인을 살해하는 것과 같다'는 경구가 있습니다. 어떤 살인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신성 모독에 대한 복수였다는 극단주의자의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극단적인 조롱에 의한 참사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민족이나 국가, 종교 등 바꿀 수 없는 개념을 공격하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입니다. 이슬람의 선지자를 모욕한 샤를리 에브도의 시사만화는 그래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는 특히 "홀로코스트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금지하면서, 이슬람을 비판하는 만평은 방조하는 이중성을 서구 언론에서 곧잘 목격하게 된다"며 "표현의 자유를 말할 때 같은 잣대를 대야 옳다"고 지적했다.

그도 풍자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을 죽일 총이라며 사진을 보내왔다고 했다. "풍자를 하다 보면 위협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사만화가라면 자신이 비판할 대상에 대한 정보와 양심, 치명타를 주면서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유머가 늘 필요하지요." 그런 노력이 풍자가 풍자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백현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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