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겨울 부산, 러시아 요트 몰려드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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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장 요트마다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선적의 대형 요트들이 따뜻한 부산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러시아에서 온 대형 요트 21척이 정박 중인 수영만요트경기장 전경. 정종회 기자 jjh@

크고 작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내 계류장. 최근 이곳에는 러시아인들이 자주 눈에 띈다. 계류장에서는 'Vladivostok(블라디보스토크)'라고 선적을 표시한 러시아 요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요트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크고 고급스럽다는 것. 최고급 러시아 대형 요트들이 이곳에 정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철새 따라 강남 아닌 부산행

■부산은 러시아 요트 월동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포근한 남쪽 도시 부산. 수도권과 강원·충청권 등에 영하 10~20도를 넘나드는 한파가 몰아치더라도 부산은 비교적 따뜻하다. 올겨울 들어서도 부산의 최저 기온은 지난해 12월 17일 영하 6도까지 내려간 것이 고작이다. 대부분 영상의 날씨를 보이고 있다. 눈 커녕 얼음조차 보기 어렵다.

외국 요트 2/3가 러시아 선적

일본의 1/10도 안 되는 계류비
웨스틴조선 등 특급호텔 즐비
10년 넘게 부호의 월동지 각광

15m 이상 슈퍼요트 계류 한계
월동족 상대 의료·쇼핑 확충을


그러다 보니 부산은 월동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른바 '새우깡 갈매기'로 알려진 붉은부리갈매기 등의 다양한 철새들이 러시아나 중국에서 부산으로 몰려온다. 철새들은 해운대와 낙동강 하류 등 부산의 바닷가에서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다시 돌아간다.

심지어 서울역 등 수도권의 노숙자들도 겨울이면 부산으로 거처를 옮겨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골프 마니아들도 한파 때문에 수도권 골프장들이 얼어붙는 겨울이면 부산권으로 몰려온다. 러시아 요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러시아 시베리아 동남부 항구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는 겨울이면 바닷물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다. 영하 10도를 넘나들다 보니 바다에도 10~20㎝가량의 얼음이 언다. 요트를 추운 바다에 장기간 정박하면 연결 부위 등에 유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로 블라디보스토크 등 추운 지역의 요트들은 통상 10~11월이면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했다가 4~5월께 다시 돌아간다.

9일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 산하 수영만요트경기장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 계류된 요트는 모두 494척. 이 가운데 외국 선적의 요트는 총 29척. 러시아가 21척으로 가장 많다.

러시아 요트들은 길이가 15~22m에 이르는 대형 세일요트 또는 파워요트들이 대부분이다. 실내에 침실과 식당, 응접실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내부 기자재도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고급스럽다. 이런 요트들의 가격은 평균 50억~100억 원에 달한다는 게 요트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배를 관리하고 운항하는 선장은 물론 선원들도 있다. 워낙 고가인데다 유지비도 많이 들다 보니 요트 소유자의 대부분이 러시아 현지의 정유업계 기업인 등 재력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부산인가?

그렇다면 블라디보스토크의 호화 요트들이 굳이 부산으로 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강릉과 양양 등 동해안을 따라 요트 계류장들이 설치되어 있다. 요트업계 관계자들은 부산의 각종 도시 인프라가 국내외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압도적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수영만요트경기장이 위치한 해운대 일원에는 파라다이스, 그랜드, 노보텔앰배서더, 파크 하얏트, 부산웨스틴조선 등 특급호텔들이 산재해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신세계 센텀시티 백화점 등 각종 쇼핑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가족들과 함께 '월동 휴가'를 떠나는 러시아 요트 소유자들의 경우 모두 재력가들이다 보니 이 같은 관광 인프라를 완비한 부산을 최고의 월동지로 꼽는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할 경우 시속 20노트가량인 파워요트는 이틀이면 부산에 도착할 수 있는데다 요트를 수리하거나 정비할 수 있는 기본 시설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잘 갖춰진 것도 부산을 선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수영만요트경기장의 계류비는 사설 요트 계류장이 많은 일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일본의 사설 계류장들은 통상 한 달 계류비로 500만~600만 원을 받지만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9m 이상 요트일 경우에도 39만 6천 원을 받는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부산은 러시아 요트 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월동지의 조건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트 월동 관광, 더 활성화시켜야

하지만 과제는 남아 있다. 러시아 요트들은 10여 년 전부터 겨울철이면 꾸준히 부산을 찾아왔다. 많을 때는 30여 척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부산에서 월동 중인 러시아 요트가 21척에 그치는 등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수영만요트경기장이 포화 상태에 달하면서 러시아 쪽의 요트를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수영만요트경기장은 중소형급 요트들이 주로 계류하고 있다. 50피트(15,24m) 이상인 '슈퍼요트'와 70피트(21.33m) 이상인 '메가요트'가 주를 이루는 러시아 대형 요트를 대거 계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대한요트협회 심민보(62) 부회장은 "러시아 고급 요트 선주들은 가족과 함께 부산에서 겨울을 보내면서 호텔 숙박은 물론 쇼핑과 의료 관광도 많이 하기 때문에 '월동 요트'가 많아질수록 부산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부산시 차원에서 대형 요트들을 정박할 수 있는 계류장을 추가로 확보해 러시아 쪽에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면 부산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요트 월동 관광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광마이스과 김현재 과장도 "현재 통역과 식당, 숙박시설 등 러시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 인프라가 일본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부산을 찾는 러시아 요트를 늘리기 위해 전문화 되고 고급화 된 인프라 구축에 더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천영철·안준영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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