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책 빌리러 도서관 가니? 난 '사람책' 빌리러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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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서관을 아시나요

연제구 사람도서관 홈페이지. 함께 나누고 싶은 경험과 지식, 재능, 정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람책이 되어 만남을 열거나 참여할 수 있다. 또, 사람책을 만나려면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람책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지난해 12월 6일 김해기적의도서관에서는 평소와 다른 특별한 대출이 있었다. 그건 책 대신 '사람책'을 빌려 준 것. 이날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이루어진 '사람책' 빌려주기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시민들은 좋아했고, 다음에 또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도서관 한 관계자는 "처음이었지만, 반응이 좋았다"며 "도서관 행사 때, 다시 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해기적의도서관이 이날 맛보기처럼 보여준 '사람책'은 바로 '사람도서관'이었다. 흔히 '사람책도서관' '휴먼라이브러리'라고도 하는데, 모두 같은 의미이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13일 사상인디스테이션에서 '부산 사람도서관' 개시 파티도 있었다. 지난 7일엔 연제구가 전국 최대 사람도서관인 위즈돔(Wisdome)과 연계해 '사람도서관' 홈페이지(www.wisdo.me/@/yeonje)를 오픈했다. 아직은 조금 생소한 사람도서관, 하지만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사람도서관에 대해 알아본다.

사람의 경험·정보, 책처럼 대여
대화 통해 다양한 인생 이야기 접해
홈페이지 접속 서비스 신청하면 'OK'
연제구, 7일 사람도서관 오픈

■사람도서관이란


책 냄새 풍기는 진짜 도서관과는 다르다. 종이책이나 디지털 정보 대신 사람의 지식, 정보, 경험 등을 책처럼 대여하는 신개념 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듯 사람(사람책)을 대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도서관을 말한다. 사람도서관에서는 사람이 책이고 인생 경험이 책 내용이 된다.

미리 도서관에서 준비한 '사람책 목록'을 보고 대출을 신청한 '사람책'을 만나 서로 삶에 보탬이 되는 대화를 나누며 그 사람의 인생을 읽는 것이다. 사람책을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관련 분야의 지혜와 경험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일반 책 대여 도서관과 닮은 점은 선택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왜 사람도서관인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다름이 있다. 하지만 그 다름은 단순히 다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차별이나 편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중앙과 지방,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대한 차별 또는 편견 말이다.

사람도서관의 경우 바로 이런 차별, 사회 자본의 양극화, 지역 안 격차, 편견 등에 주목한다. 이런 차별, 격차, 편견을 줄일 해법을 '사람과의 관계'에서 찾고 있는 게 사람도서관이다.

사람이 대출 대상이 된다는 다소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발상은 사람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그 깊은 곳에 품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긍정과 공유의 철학이 바탕에 있어야만 가능한 이 일은 사람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다. '사람이 희망이다'란 말은 사람도서관이 지향하는 바를 잘 표현한 말이라 하겠다.



■사람책 자격은

연제구 사람도서관은 함께 나누고 싶은 경험과 지식, 재능, 정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람책이 되어 만남을 열거나 참여할 수 있다.

사람책으로 등록하는 방법은 쉽다. 간단한 프로필 입력 후, 사람책으로 나누어주고 싶은 이야기와 경험을 쓴 다음, 만날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 만남을 개설하고 신청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된다. 연제구 평생학습과 신원재 평생교육사는 "유명인이 아니라도 괜찮다. 지혜와 경험을 나눌 준비가 돼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람책으로 등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등록했다고 무조건 사람책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등록해 놓으면 홈페이지 관리자의 승인이 있어야 활동할 수 있다.

사람책을 만나려면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람책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개설된 만남 중 관심 있는 만남이 있으면 선정하거나 사람도서관에 전시 중인 사람책 중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만남 개설을 요청하면 된다.



■일반도서관과 차별성

사람도서관에는 사람책이 전시돼 있다. 한데, 이 책은 기존 책과 다르다. 사람책에는 기존 책에도 없고, 검색도 안되는 진실된 삶의 이야기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보는 SNS 세상도 아니다. 실제로 '위즈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 책들이 가득하다. 한때 외교관이었던 우동집 사장을 비롯해 '쉰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아줌마' '자전거로 세계를 일주한 청년' 등 모두 우리들의 삶을 들춰보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사람 책으로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이 사람 책이다.



■만남은 어떻게

사람도서관은 소규모 만남을 지향하며, 만남에 참여하는 인원은 평균적으로 5~7명 정도이다. 이들이 모여 직접 얼굴을 맞대고 진짜로 알고 싶고 궁금한 내용에 대해 사람책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다. 연제구 사람도서관은 평소 이용시간이 적은 유휴공간을 발굴해 사람도서관 만남의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웃과의 만남과 공감, 새로운 주제와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자는 말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만한 사람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삼인행필유아사)'고. 한 사람의 인생만큼 위대한 책은 없다. 사람도서관에서는 모든 삶이 친구이자 동료, 선배, 스승, 멘토가 된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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