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 프렌치 레스토랑 - 레플랑시] 어? 생소한 프랑스 요리가 우리 입에 착착 감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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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프렌치 레스토랑 '레플랑시'의 음식은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다. 사진은 도미 구이와 프로방스풍 라따뚜이. 파마산 치즈 크래커로 눈꽃 모양을 만들고 말린 라벤더를 장식했다.

송정 바닷가에 새로 문을 연 한 레스토랑에 마음을 뺏겼다. 미슐랭 1~3 스타 레스토랑을 두루 거친 벽안의 프랑스인 프랑크 라마슈(44) 셰프와 박주연 대표 부부가 운영하는 '레플랑시(Les Planches)'다. 화려한 경력의 셰프가 요리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그림 같은 바닷가에서 만났는데 가격까지 합리적이니 2015년 최고 기대되는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레플랑시'는 통유리로 시원하게 노출된 외관으로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영화제 시상식에서 만난 노출있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 같다. 그래서 스스로 '엘레강스 비스트로'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아한 그녀'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프랑스인 셰프의 섬세한 감각 살린 요리
멋진 풍경에 착한 가격 더해져 절로 감탄


프랑스 음식하면 먼저 바게트와 와인이 생각난다. 파리에서 맛본 바삭한 바게트는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레플랑시 역시 바게트를 직접 구워 파리의 맛이 난다. 버터에는 마늘을 넣어 느끼한 맛을 없앴다. 아마도 한국 사람의 입맛을 고려한 게 아닐까. 우선 하우스와인이 화이트 4종, 레드 4종이나 되어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반 병 짜리 와인 '카라프(carraf)'를 파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1만 7천500~2만 5천500원이라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병도 예뻐서 여성들의 모임에 곁들이기에 안성맞춤이겠다. 이날은 레플랑시를 제대로 느껴보겠다며 6가지 코스 요리가 나오는 7만 원짜리 데규스테이션 메뉴를 선택했다. 

송로버섯 오일을 뿌린 양송이 수프.
애피타이저로 양송이 수프가 나왔다. 수프 위 보글보글 게 거품 같은 하얀 거품이 재밌다. 고소한 휘핑 크림이었다. 그런데 후각이 수프의 좋은 향에 먼저 반응한다. 크림 주변에 프랑스 3대 진미라는 송로버섯 오일을 살짝 뿌린 덕분이다. 송로버섯 오일은 몇 방울만 사용해도 향과 맛이 살아난다.

다음은 훈제 연어 샐러드다.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지만 연어는 지금까지 사양이었다. 연어 특유의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이었다. 그런데 연어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향기로우니 이게 무슨 조화일까? 프랑크 셰프가 특별한 나무를 따로 사다가 노르웨이산 연어를 훈제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 덕분이다. 연어 위에는 케이퍼 피클을 올렸다. 연어 요리에 빠지지 않는 '케이퍼 피클'은 꽃봉오리로 만든다. 케이퍼는 유럽에서 2천 년 이상 먹어온 전통식품이란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이렇게 장구한 역사가 들어있다. 겨자 같은 매운맛과 상큼한 맑은 향이 비린내를 없애주고 요리의 맛을 돋운다. 이렇게 정갈한 연어를 민트 소스에 찍어 먹으니 얼마나 더 상큼한지 모르겠다. 함께 나온 빨간 녀석은 살라미(드라이 소시지)를 튀겼나 의심했다. 이렇게 속기 쉽지만 실은 비트를 튀긴 것이다. 기분 좋게 한 방 먹고 웃음이 나온다.

애피타이저의 신선한 감동을 뒤로 하고 메인으로 넘어오니, 도미 구이와 프로방스풍 라따뚜이 등장이다. 도미 구이에 토마토 소스, 언뜻 잘 어울리지 않은 조합인데 생선 싫어하는 사람까지 좋아하게 만드니 신기하다. 파마산 치즈 크래커로 만든 눈꽃 모양에다 말린 라벤더를 장식했다. 라벤더에서는 아직도 향기가 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라따뚜이! 여러가지 채소와 허브를 넣고 올리브유에 볶아서 만드는 이 음식은 프랑스 가정에서 즐기는 국민 요리다. 또 '라따뚜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쥐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이름이기도 하다. 

코스 메인인 레드 와인 소스 소고기 블레이드.
'레드 와인 소스 소고기 블레이드'가 나왔다. 소고기 부채살(낙엽살)을 와인에 절여 조린 요리다. 프랑스에서 스테이크는 외식보다 직접 해먹는 요리란다. 그래서 레스토랑에 가면 블레이드 같은 특별한 요리를 찾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과연 그럴지는 살짝 의문이 든다. 물론 레플랑시에서도 블레이드 대신 스테이크를 선택할 수 있다. 

크레페에 오렌지 소스를 올린 디저트.
에멘탈, 그루예르, 카망베르 치즈 3종 세트가 나온다. 에멘탈은 북한 김정은이 즐겨먹어 과체중이 되었다는 바로 그 치즈다. 만화 '톰과 제리'의 제리도 좋아했던 동그랗게 구멍이 송송난 치즈. 프랑스에서는 역시 와인이 식사의 일부분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프랑크 셰프가 다가오더니 프랑스 팬케이크인 크레페에 오렌지 소스를 올리고 술에 불을 붙여 향이 배게 한다. 구운 오렌지 향이 얼마나 달콤한지…. 이때 옆자리 중년의 여성들이 웃으며 "엄마야, 프랑스 음식이 내 입맛에 맞네!"라고 말한다. 요리하는 셰프나 손님이나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우리는 서둘러 식사를 하는 편이지만 프랑스에서 식사 시간은 보통 1~2시간이다. 이렇게 식사 시간이 길어야 건강하단다.

식사가 마쳐갈 무렵 프랑크 셰프에게 오랜 방황 끝에(?) 부산에 정착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슬며시 손을 들어 밖을 가리켰다. 송정의 푸른 바다였다. 바다와 산, 도시와 자연의 중간자적 삶이 있는 부산이 아주 마음에 들었단다. 레플랑시의 주방은 바다가 제일 잘 보이는 자리다. 이 역마살의 사나이도 현재는 4살배기 아들 루카와 가게 앞에서 낚시를 즐기는 시간이 제일 즐겁단다.

그는 광안리 해변시장에도 자주 가서 장을 본다. 거기서 제철 식재료를 만나면 감탄과 함께 새로운 레시피에 대한 영감이 팍팍 떠오른단다. 최근에는 홍합 수프를 만들어보는 중이다. 프랑스 요리에는 굉장히 기술이 많이 들어가지만 자신의 레스토랑만큼은 편안하게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박주연 대표와는 2006년에 만나 2008년에 결혼했다. 1층에서도 바다가 보이지만 특히나 2층은 시원한 바다를 보면서 모임을 하기에 좋아 보인다. 보나베띠!(맛있게 식사하세요).

점심 세트 2만2천 원, 저녁 세트 3만5천 원부터, 주말 브런치 플레이트 1만8천 원. 영업시간 주중 11:30~22:00, 주말 11:00~22:30. 브레이크 타임 15:00~17:30. 월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821. 051-704-2216.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 '셰프' 프랑크 라마슈는…

1995~1996년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 중 한 명인 알랭듀카스가 운영하는 알랭듀카스 파리 레스토랑(미슐랭 3스타)에서 수석 조리장을 맡았다. 1999~2003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씨저스, 보라 보라 라군 리조트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했다.

2003년 서울의'르 생텍스'셰프로 한국에 오게 되었고, 2004년에는 프랑스 요리를 한국에 소개하는 '두 남자, 프랑스 요리로 말을 걸어오다'라는 책을 출판했다. 2009~2012년에는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가 프렌치 레스토랑 레진스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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