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이메일] 점점 커지는 독일의 반이슬람 시위
/ 김선주 자유기고가
독일 사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새해에 많은 독일인들의 화두가 될 것 같다.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시작된 작센주 드레스덴의 반이슬람 단체 '페기다(PEGIDA)'의 월요 시위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처음 300명가량이었던 것이 12월의 마지막 집회에서는 1만 7천500명에 달했다. 드레스덴에 이어 뒤셀도르프, 본, 쾰른, 카셀 등지에서도 유사 단체의 시위가 잇따라, 독일 전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페기다는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의 약어다. 이 단체의 구성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슈피겔지에 의하면, 창시자 루츠 바흐만은 중절도죄로 열여섯 번 기소당한 전과자인이며, 훌리건 그룹들, 극우파 단체가 페기다의 주요 얼굴들인 듯하지만 현 독일 추세에 불안을 품은 일반 시민들도 다수다.
페기다에 반대하는 시위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망명 인권 단체, 종교 단체, 중도·좌파 정치인 등에 의해 주도되었고, 한 시민에 의해 시작된 인터넷 서명운동에서도 이틀 만에 1만 7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출신, 피부색, 종교에 관계없는 다채로운 독일'이라는 호소에 동의했다.
현재 독일에는 약 4백만의 이슬람인들(전체 인구의 5% 가량)이 거주한다. 1960년대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들어온 많은 터키 노동자들이 이후 가족과 함께 정착해 독일 시민으로 살고 있는 결과이고, 현재는 시리아, 이라크 등 이슬람 국가들의 전쟁 피난민, 망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관용적인 이민, 망명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고, 페기다가 문제삼는 사안이 바로 이것이다.
과거 홀로코스트의 장본인이었던 독일은 무엇보다 이방인에 대한 관용에 방점을 찍는다. 수상 앙겔라 메르켈은 인간에 대한 중상과 비방, 특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을 향한 적대감은 독일에 설 자리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좌파당은 페기다는 애국자들이 아니라 인종차별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는 현 정부 이민 정책의 당연한 귀결이라며 페기다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럼 일반 시민들은? 차이트지의 설문조사에서는 놀랍게도 독일시민의 거의 절반인 49%가 이 시위를 이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더해, 극우 이슬람세력이 독일에 터를 잡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73%, 독일에 너무 많은 피난민이 쇄도한다는 우려가 59% 이다.
페기다로 인해 환기된 국민의 불안 정서에 대응해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이민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좀 더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강조한다. 60, 70년대 독일의 경제 성장에 이민이 큰 몫을 했듯이, 지금의 이민정책으로 인한 변화도 모두에게 잘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정세상 독일로의 이민은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이민자와 '기존' 독일인의 운명공동체를 독일은 앞으로 어떻게 일구어 나갈까?
베를린(독일)=collinaks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