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새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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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국 동서대 총장

새해가 밝았다.

을미년 첫 해돋이를 보려고 해운대 백사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는 수평선을 서서히 뚫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찬란한 태양을 보고 일제히 환호했다. 칠흑 같던 어둠을 삽시간에 흔적도 없이 몰아낸 눈부신 햇빛은 그간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해묵은 울분과 각종 응어리를 한 방에 날려 보내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그러곤 이내 새해 소망으로 가슴을 부풀게 했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의 끝없는 갈등과 반목이 사라져 주면 좋겠다. 좌우로 나뉘고, 지역으로 찢어지고, 빈부로 갈등해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역동성 넘치는 도시 위한 고민 필요
부산다운 독창성에서 미래 찾자

낙오자 없는 사회에 희망 있다
교육제도부터 전면 개조해야

선동에 흔들리지 않는 시민정신
살아 있을 때 정치개혁 이루어져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찬사를 받던 '경이'의 한국이 이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은 자업자득적인 측면이 크다. 조금 잘나간다고 자만해서 흘려 보낸 허송세월이 참으로 안타깝다. 정상에 아직 올라가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하산해야 한다면 그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모든 문제의 근원은 갈등이다. 이를 종식시켜야 미래가 있다.

새해에는 부산시민들의 한숨이 희망으로 바뀌면 좋겠다. 젊은이가 떠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가 되면 참 좋겠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보다 역동성이 넘치는 도시가 되기 위해 우리가 진정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고민과 치밀한 계획에서 나오지 않은 설익은 정책은 시민을 단지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부산이 서울만 바라볼 때 희망은 없다. 부산은 부산다운 독창성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 부산은 이제 잃어버릴 시간조차 없다. 새해를 경쟁력 있는 부산 만들기 '원년'으로 삼아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부산사람으로서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새해에는 남북이 화해해서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리면 좋겠다. 5천만이 7천500만이 되고, 나라의 지평이 배가 되어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꿈을 꾸면 좋겠다. 한 사람의 꿈은 몽상이 될 수 있지만 모두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은 결코 말의 유희가 아니다. 우리가 과연 통일을 갈망이나 하고 있나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북통일 없이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강대국이 될 수 없다. 한반도가 더 이상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면 안 된다. 무섭도록 강인한 대한민국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으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19세기의 쓰라린 역사로 회귀하고 마는 것이다. 통일한국,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 통쾌하지 않은가.

새해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인구가 줄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존귀함을 잊고 산다. 인구가 준다고 해도 국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을 계발해 주고, 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준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일당백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낙오자 없는 사회가 되어야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제도부터 손보아야 한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을 대학입시 한 방으로 재단해 버리는 어리석은 나라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대다수의 청년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현재의 사회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새해에 시작됐으면 한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냉철한 눈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면 좋겠다. 결코 일희일비하지 말고, 흥분하지도 말고,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게 위정자들의 언동과 그들이 내놓는 정책, 그리고 정책 결정 과정을 목도하자. 우리에게는 내년에 선거가 있지 않은가.

어떠한 선동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시민정신이 살아 있을 때 정치개혁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후진정치를 날려 보내고 선진정치로 옮아갈 수 있는 기반을 새해에 구축해 두어야 한다. 또다시 긴 세월을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새해에는 열심히 살면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보통의 삶이 가능한 사회 말이다. 지금과 같은 고비용의 사회구조는 가장 기초적인 행복권마저 빼앗아가고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하지 않는가. 가정이 '안녕'하지 못한데 어떻게 사회가 행복해지겠는가. 새해에는 진정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희망의 태양을 바라보면서, 이 모든 새해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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