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85세는 아직도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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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색소폰 재능기부 봉사 김경오 씨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최근 연말을 맞아 노래방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오승근의 트로트 곡 '내 나이가 어때서'의 노랫말인데, 여기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올해로 연주 경력 70년
14인조 밴드 최고령 단원
기부금 모아 무료급식도
"악기 다룰 때 너무 행복"

바로 40여 년 색소폰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통해 왕성한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는 김경오(85) 씨. 그는 지난 24일 부산 서면 영광도서 앞 문화거리에서 '찾아가는 실버뮤지션(리더 박태식)'과 함께 '크리스마스 폴카' '실버벨' 등 캐럴을 열정적으로 연주해 크리스마스 이브의 분위기를 띄우며 찬바람을 녹이고 있었다.

모두 60대 이상으로 백발에 선글라스, 베레모를 갖춘 단원 가운데 얼룩소 복장으로 차려 입은 김 씨가 열성적인 연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찾아가는 실버뮤지션'은 2011년 부산시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문화 쉼터'의 14인조 밴드로 2008년부터 연주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김 씨는 올해로 연주 경력 70년이 넘은 최고령 단원이지만 밴드에서 아직 '젊은 오빠'로 통한다."감미로운 색소폰 선율에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악기를 다룰 땐 청춘으로 돌아간 것처럼 나이를 잊고 즐겁게 연주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는 매주 1회 정도 복지관과 요양원, 광복동 거리와 용두산 공원 등지에서 연주를 펼치고 있다. 특히 공연 중 받은 기부금을 모아 부산진역에서 매주 금요일 노인 상대로 무료 급식 봉사도 함께하고 있다.

인천 출신인 그는 8·15 해방 후 중학교 2학년 때에 트럼펫에 빠져들었다. 1950년 서울대 관악과에 입학했지만 1년 만에 6·25전쟁이 터지자 입대, 공군 군악대 창설 멤버가 됐다. 그는 자신의 색소폰 실력을 인정한 부산 출신 군악대 동기의 권유로 1973년에 부산으로 와 모 방송사 악단장과 부산 연예인 연주 분과위원장을 맡으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노래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생전에 노래를 많이 들려 드리지 못했습니다. 못다한 효도를 다른 어르신들에게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더 오래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몸 관리도 철저히 한다. "매주 3회 동네 헬스장에서 체력을 단련합니다. 연주하다 보면 복식호흡을 통해 심폐기능이 좋아지고 박자와 음정을 정확하게 챙겨야 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 탁월한 효과도 있습니다."

이 같은 열정에 감동한 그의 딸도 밴드에서 키보드를 맡아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몸이 아프다가도 색소폰을 잡으면 에너지가 생겨 2시간 이상 거뜬히 연주할 수 있습니다, 100세 시대에 85세는 아직 청춘이잖아요. 힘이 닿는 한 색소폰을 불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글·사진=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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