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독서 캠페인 '책·꿈·삶'] 직장 여성들의 독서 모임 '책마녀'-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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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쟁의 혹독함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게 해줘

지난 19일 저녁 열린 올해 마지막 독서 모임에 참가한 '책마녀' 회원들. 왼쪽부터 김현경, 전용선, 주현자, 김부련, 안향신, 김영애 씨. 김경현 기자 view@

불금 저녁. 고단한 한 주를 살아낸 '미생'들이 긴장의 끈을 푸는 시간. 맥주잔을 기울이거나 소주잔을 부딪치며 또 한 주를 버텨낸 나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때, 이 위안 대신 책을 펴드는 이들이 있다.

지난 19일 오후 8시 부산 북구 화명동 '맨발동무도서관'에선 '책마녀'의 2014년 마지막 독서 모임이 열렸다. 직장 여성들의 독서 동아리 '책마녀'는 한 달에 두 번 금요일 저녁에 열린다.

지금보다 작은 규모였던 '맨발동무도서관'에 아이와 함께 오던 엄마들이 2009년 시간과 마음을 내 만든 모임이다. 선정 도서는 자녀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 동화에서 시작해 청소년 소설을 거쳐 다양한 장르로 확대됐다. 이젠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문학 기행도 떠나는 '유서 깊은'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엄마들이 함께 읽은 올해의 마지막 책은 '책도둑'(전 2권)이다. 모임장 안향신 씨는 "책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책은 사람에게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기 위해 이 책을 선정했다"고 했다.

김부련 씨는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았던 건 책 덕분이었다"며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 속에서도 책을 읽고 소박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책을 매개로 사고를 확장시키고,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김현경 씨는 "2차 대전 나치 치하를 참혹하게 그린 책이 많지만 이 책은 전쟁의 혹독함 속에서도 따뜻함과 인간미는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안 씨는 "책은 기록이고, 남긴다는 의미"라며 "책을 읽던 리젤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되는 단계로 발전하는 걸 보면 책을 읽는 누군가는 리젤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현경 씨는 "독일을 전쟁에 나서게 한 것도 히틀러의 말이었고, 리젤이 '말(言)을 흔드는 소녀'가 된 것도 말 덕분"이라며 "죽이는 말(히틀러)이 있는가 하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살리는 말(리젤)도 있다"고 했다. '책도둑'은 책뿐만 아니라 말의 중요성도 일깨우고 있다.

그는 "이 책은 '가만히 있으라' '시키는 대로 하라'는 지시에 따르기만 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도 됐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요구에 '조금이라도 대들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면' 희망은 시작된 셈이기 때문이다. -끝-

강승아 선임기자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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