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불안' 부산시티투어버스 결국 사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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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부산의 명물인 시티투어버스에 불이 나 국제적 망신을 샀다. 소방관들이 연안여객터미널 앞에서 불을 끄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21일 오후 1시 40분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영도대교를 거쳐 부산역으로 향하던 부산 70아 1628호 시티투어버스가 갑자기 경로를 이탈했다. 영도대교를 건너지 않고 부산대교로 올라선 것이다. 차량에 심각한 이상을 느낀 운전기사 하 모(52) 씨가 경로를 단축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쓴 것.

그러나 부산대교 위로 접어든 버스의 후미에서는 이내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엔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투어버스에 타고 있던 일본인 1명을 포함한 관광객 15명은 혼비백산했다.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버스에서 탈출한 뒤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멀찍이 피신했다. 다행히 인근 소방서가 신고를 받고 출동, 10분 만에 불길을 잡아 대형 사고는 면할 수 있었다.

휴일 운행 중 화재 '망신살'
운전자 기지로 참사 면해
7년 전 도입 때부터 논란
노후화로 평소 잔고장 말썽
6대 사실상 수명 다해



  
 


부산 관광의 명물로 부상한 시티투어버스에 화재가 발생해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하는 순간이었다. 사고 버스는 주말이면 정원(41명)이 꽉 차는 인기 노선이었지만 이날은 강추위 때문에 승객이 많이 타지 않은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버스에 탑승한 이 모(43) 씨는 "시티투어버스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세계 토픽감이다"며 "일본인 남자가 홀로 여행 중이었는데 얼굴 보기가 민망해 자리를 빨리 피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버스는 2007년에 중국에서 도입한 2대 중 1대다. 도입 당시부터 평지에 적합한 유럽식 기어를 탑재해 문제가 많았다. 투어버스가 산복도로 등 경사가 심한 도로를 달리는 탓에 잔고장이 끊이지 않았다. 노후화되면서 말썽은 더욱 잦아졌다.

이런 이유로 부산관광공사로 통합되기 전 부산시티투어버스를 운영했던 ㈜부산관광개발은 차량 사용연한을 7년으로 잡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사실상 수명이 다한 버스였다. 하지만 부산관광공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국내 승합자동차의 사용연한이 9년인 점을 들어 교체를 미뤄오고 있었다.

현재 운행 중인 부산시티투어버스 13대 중 사고 버스보다 더 오래된 버스도 있다. 2006년 도입된 4대는 올해 사용연한 9년을 꽉 채운다. 2007년에 들여온 2대는 내년에 사용연한 마감이 다가온다.

하지만 부산관광공사는 올해 11월 말 새 버스 2대를 추가하는 데 그쳐 노후된 버스 6대를 모두 교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티투어 수요가 급증해 현재 버스 대수로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제조된 차량은 문제가 많아 두 대 모두 교체를 할 예정이지만 국내에서 제작된 버스의 교체 여부는 논의 중이다"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후 사고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 향후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사고 버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동한 상태로,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http://youtu.be/pm5q5ps01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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