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형의 부산기업 스토리] 25. 은산해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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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은산해운항공은 복합물류운송 분야에서 국내 1위를 달리는 향토기업이다. 하지만 1993년 창업 당시 은산해운항공은 은행에서 대출 받은 자본금 3천만 원과 직원 5명으로 출범한 영세 기업에 불과했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14세에 소년가장이 된 빈농 출신 양재생 회장이 맨주먹으로 시작한 회사였다.

그런 은산해운항공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1994년 소량 화물들을 모아서 대형 컨테이너로 일괄 운송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 신상품으로 출시하면서부터였다. 상대적으로 물동량이 적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화물을 적기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사세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복합물류운송 1위 업체
IMF 외환위기를 기회로 도약

하지만 은산해운항공이 비약적인 발전을 구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로니컬하게도 1997년 IMF 외환위기와 함께 찾아 왔다.



그해 연초 불황의 조짐을 감지한 양 회장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 직원의 출근 시간을 오전 9시에서 1시간 30분 앞당긴 것이 엄청난 호재로 작용했다. IMF 위기 극복 대안으로 조기 출근을 시도했던 여타 제조업체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일감들이 아침 7시 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은산해운항공으로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 덕분에 은산해운항공은 대부분의 기업이 구조조정을 실시하던 상황 속에서 직원을 2배 이상 늘리고 매출 또한 매년 200% 이상 늘어나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여기에다 IMF 관리 체제에서 벗어날 무렵인 2001년, 경남 양산 소재 컨테이너 터미널의 땅값이 7배 이상 폭등하는 등 대박이 터지는 행운까지 겹쳤다.

그 여세를 몰아 은산해운항공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녹산공단과 화전산단에 각각 컨테이너 터미널을 설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인천시 아라뱃길 인근에 컨테이너 터미널 3개를 잇따라 완공,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 업계 선두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바늘부터 수천t 기계 엔진까지 꼭 같은 비중으로 처리하는 섬세함에다, '된다! 된다! 더 잘된다!'는 양 회장 특유의 긍정 마인드가 어우러져서. jun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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