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성 이하선염, 볼만 좀 부었다? 방치하면 불임까지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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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열과 함께 한 쪽 턱 아래 통증을 호소하던 고교생 A(17) 군. 병원에서 유행성 이하선염(귀밑샘염·볼거리)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A 군은 며칠 뒤 고환이 부어오르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극심한 통증과 발열 오한이 몰려왔다. 이하선염 합병증인 고환염과 부고환염이 닥친 것이다. 놀란 A 군의 부모는 아들을 곧바로 큰 병원으로 옮겨 고환치료를 받게 했다. 의사는 "조금만 늦었으면 불임이 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A 군 아버지는 "하마터면 외동아들 불임으로 집안 대가 끊길 뻔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겨울·봄철에 '볼거리' 유행
환자 50% 이상이 청소년
학교 전염병 중 발병률 3위

대부분 자연적으로 치유
고환염·난소염·췌장염
예상 밖의 합병증 유발도
귀밑 부으면 바로 의사에게

■ 청소년 환자 증가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유행성 이하선염은 겨울이나 봄철에 환자 발생이 잦다. 부산지역에서는 최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볼거리가 많이 돌고 있다.

수학능력시험 직전에도 수험생 볼거리 환자가 늘어 교육 당국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부산지역 볼거리 환자는 지난해 1천340명에서 올해는 최근까지 2천300명이 넘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이 질병은 중·고생 등 청소년 환자 비율이 특히 높다. 전체 발병 환자의 50% 이상이 중·고생이다.

정진아 동아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예방접종 도입 이후 전체 환자 가운데 15세 이상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완료(4~6세)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면역이 감소하는 게 주원인이다. 학교 내 집단생활로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청소년 감염자를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학교 감염병을 조사한 결과 유행성 이하선염은 발병률 3위를 기록했다.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흔한 감염병은 감기·인플루엔자였으며 수두, 유행성 이하선염, 결막염, 뇌막염, 폐렴 등이 뒤를 이었다.


■ 침 등으로 전파

유행성 이하선염은 침 등으로 퍼진 바이러스 감염으로 번진다. 체내로 침범한 바이러스는 호흡기 세포에서 증식한 뒤 피를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그러면서 침샘을 비롯한 여러 장기를 침범한다.

보통 2~4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두통 근육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는 처음에는 한쪽 귀밑샘(이하선)을 침범해 귀 아래쪽 볼을 부풀게 한다. 이후 감염자의 70%가량에서 양쪽 볼 전체로 증세가 악화된다.

감염된 환자는 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 부어오른 볼은 대개 3일째 최고에 달하고 7일 이내에 가라앉는다.


■ 고환염, 수막뇌염 합병증도

고열과 쑤심 등의 증상에도 불구하고 유행성 이하선염은 대부분 자연 치유돼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뜻밖의 합병증으로 당황하게 될 수도 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수막뇌염이다. 환자의 40~60%에서 관찰된다. 대부분 귀밑샘 비대 후 5일 정도 지나면 나타난다.

영아와 소아는 늘어짐 등의 증상을 보인다. 청소년은 두통 등을 호소한다. 대부분 7~10일 후에 낫는다.

볼거리가 남성 고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춘기 이후의 남자 30~40%에서는 고환염 또는 부고환염으로 이어진다. 볼이 부어오른 뒤 며칠 이내에 고환 합병증은 진행된다. 발열 오한과 함께 고환이 붓고 심한 통증이 유발된다.

정진아 교수는 "부종으로 고환이 위축되면 불임이 올 수 있지만, 실제 불임이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면서 "사춘기 이후 여자에게서도 난소염이 드물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밖에 유행성 이하선염은 명치 통증, 구토 등을 동반하는 췌장염을 부르기도 한다.


■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주의

유행성 이하선염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침이나 타액 접촉으로 전파된다.

기침 등으로 튀는 침 속의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 퍼지지 않고 2m 이내 정도만 이동한다. 따라서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으면 감염을 피할 수 있다.

손 씻기, 감염자의 기침 예절 준수 등 개인적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예방접종은 효과가 85%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에 걸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도 10% 안팎의 발병률을 보인다. 다만 2회 예방접종을 마쳤다면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합병증 없이 경증에 그친다.

우리나라 유행성 이하선염 예방접종률은 99%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정진아 교수는 "유행성 이하선염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드물게 합병증으로 고생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귀 아래 볼이 갑자기 부어오르면 반드시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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