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人] 정은우 동아대 석당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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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 분은 국보급 문화재 보고 깜짝 놀라요"

정은우 동아대 석당박물관 관장이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국보 동궐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우리 유물의 가치를 밝혀내 부산시민들에게 전시할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동궐도를 비롯해 우리가 보유한 국보급 문화재를 한 번에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마지막입니다. 이번 기회를 꼭 놓치지 마세요."

지난달 28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동아대 부민캠퍼스 석당박물관 2층 서화실에서 '동아의 국보·보물' 특별전을 열고 있는 동아대 석당박물관 정은우(57·고고미술사학과 교수) 관장.

동궐도 등 박물관 소장 유물
개교 68돌 기념 특별전시회
"문화재 가치 재발견 지속 노력
시민이 접할 기회도 늘릴 것"


정 관장은 "우리 박물관은 국보와 보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부산시민들이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개교 68주년기념으로 이번에 한군데 모아 전시하게 됐다"며 "문화재는 1년에 3개월 이상 전시하면 안 되기 때문에 국보급 문화재 17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동궐도와 '심지백 개국원종공신녹권' 등 국보 2점, 말머리장식뿔잔 한 쌍 등 보물 12점, 전 순정효황후 주칠나전가구(침대와 옷장, 삼층장 등 4종) 등 중요민속문화재 3점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 특별전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평일 100여 명, 주말 200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관람 후 '이렇게 좋은 문화재가 (동아대 석당박물관에)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워한다는 설명.

특히 1969년 동래 복천동 고분군에서 발굴된 말머리장식뿔잔 한 쌍은 유럽순회전시회 등을 거치면서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 한 점, 동아대에 한 점 각각 나눠 보관하다 이번에 28년 만에 '완전체'를 이뤄 눈길을 끌고 있다. 정 관장은 "말머리장식뿔잔 한 쌍은 당시 지배층이 평소 애용한 것인지 의례용으로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금실 좋은 부부의 잔이 헤어졌다가 상봉한 듯한 스토리텔링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굉장한 유산으로 박물관 측에서도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또 창덕궁과 창경궁을 마치 지도처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동궐도, 안중근 의사 유묵(보물 제569-6호), 신사임당 자수 초충도 병풍, 지자총통도 볼 수 있다.

정 관장은 "석당박물관은 '부산의 간송'으로 알려진 당시 동아학숙 설립자 석당 정재환 박사와 한림 정수봉 박사가 문화재 유출을 막기 위해 사재를 들여 수집하고, 발굴을 지원한 덕분에 현재 대학박물관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특별전의 의미는 남다르다. 선각자들의 헌신에 '수장고의 발굴'이라 불릴 정도로 유물의 가치를 재발견하려고 노력해 온 정 관장의 열정이 더해져 열리고 있는 것.

1956년 대전에서 태어난 정 관장은 당시 방송국에 근무하던 아버지가 문화재를 수집하는 것을 보고 자라면서 골동품에 흥미를 갖게 됐다. 홍익대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 강사와 연구원 등으로 일하다 2000년도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2011년 석당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처음 와서 보니 유물 가운데 귀한 목가구가 많았는데 그 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가치를 밝혀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전 순정효황후 주칠나전가구'가 대표적인 예. 정수봉 박사가 삼고초려 끝에 상궁 출신의 여성에게서 구입한 것으로 그동안 명성황후의 가구로 알려져 왔다. 정 관장은 관련 자료조사를 통해 1937년 조선미전에 입상했던 김진갑 씨의 작품과 형태와 문양이 똑같다는 점을 확인, 제작자와 그 가치를 밝혀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취임 첫해 '목가구전'을 개최해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 중요민속문화재로 등록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또 2012년 동궐전을 개최했다. "국내에 두 점의 동궐도가 있는데 한 번도 함께 전시된 적이 없었습니다. 고려대 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두 개의 동궐도를 비교·전시했을 때 뿌듯했습니다."

정 관장은 또 같은 해 부산에서 실제 운행되었던 마지막 전차 '부산 전차'가 미국 애틀랜타 시에서 원조 받았던, 국내에서 유일한 미국식 전차임을 밝혀내 등록문화재로, 2013년에는 고려시대 북 중에서는 네 번째로 오래된 청동북의 가치를 밝혀내 보물로 지정 받게 했다.

정 관장은 "이 전시 소식을 들은 구글코리아에서 '(석당박물관에)이렇게 국보급 유물이 많을 줄 몰랐다. 구글이 60개국 500여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아트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이 와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관장은 "현재 박물관 수장고에는 3만여 점의 유물이 있다"며 "앞으로도 유물의 중요성을 찾아내 그 가치를 밝혀내고 부산시민에게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전문 인력과 예산 확보가 가장 힘들다고 덧붙였다.

정 관장은 "부산이 제2의 도시임에도 다른 시·도에 비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라며 "부산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했다.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 석당박물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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