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축지, 소박한 밥집] 낡고 허름하다고? 정직한 삶의 맛에 깜짝 놀랄 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스완양분식의 제경률·백말임 씨 부부가 환한 미소로 옛날식 돈가스를 선보이고 있다.

■ 스완양분식

수프 곁들인 '옛날 돈가스'의 정석

"이렇게 알려지면 힘들어져서 안 돼. 손님이 몰리면 정신만 없지, 단가가 약해서 매상도 별로 안 오르거든. 우린 아이들이 다 커서 용돈만 벌면 돼." 매축지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스완양분식'의 홀 담당 백말임 씨가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활달한 성미의 백 씨는 주방을 책임진 남편 제경률 씨와 23년째 매축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래도 스완양분식을 꼭 소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돈가스를 시키니 먼저, 아니 무척이나 당연하게도 수프가 나왔다. "그래 이게 제대로 된 돈가스를 먹는 순서야!" 수프가 힘든 속을 위로하니 중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살아났다. 예전에는 돈가스를 시키면 어디서든 수프가 나왔다. 이 훌륭한 전통이 언제,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양식과 중식 자격증을 가진 제 씨가 수프를 직접 만들기에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다. 스완양분식은 수프, 소스, 드레싱까지 모두 직접 만든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든 매축지까지 와서 줄 서는 이유가 있었다.

돈가스의 고기는 동글 넓적하다. 전용 망치로 등심을 일일이 두들겨 펴서 만든 것이다. 덕분에 고기는 연해서 맛이 나고 제 씨의 어깨는 맛이 가버렸다. 맛난 음식 먹을 때는 진짜 사랑하는 사람 생각이 난다. 그래서 한 번 먹고 다음에 꼭 가족들과 오는 사람들이 많다. 추억의 돈가스에 다들 입이 귀에 걸렸다. 추억의 돈가스와 매축지는 스완양분식의 부부처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원빈이 출연한 영화 '아저씨'를 이 건물 위층에서 찍었다. 그 뒤 원빈이 먹고 간 돈가스라는 소문이 났는데. 사실 원빈은 함박스테이크만 두 번 먹고 갔단다.

백 씨는 "옛날에는 이 동네에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지금은 절반이 빈집이 되었다. 밖은 좋아지고 여긴 옛날 그대로다. 우리 가게도 예전에는 깔끔한 느낌이라 스완(백조)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오므라이스도 진짜 맛있단다. 

수프가 함께 나오는 돈가스.
돈가스·오므라이스·김치볶음밥·오징어덮밥 5천 원, 함박스테이크·비후가스 6천 원. 영업시간 11:00~20:00. 일요일 휴무. 부산 동구 범일동 252-1637. 051-634-2846.


■ 돼지국밥집

돼지국밥에 인삼이 풍덩 '삼돈탕'

매축지를 오가며 이 집을 몇 번 보았지만 솔직히 들어갈 용기가 부족했다. 간판도 없는 허름한 건물에 거의 실물 크기의 돼지 그림이 붙었다. 처음에는 혹시 돼지를 직접 키우는 곳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실내는 의외로 아주 깔끔하다. 따뜻한 햇볕이 들어와 평화로운 느낌까지 든다. 벽에는 '좋은 하루 되라'는 글귀와 함께 또 돼지 그림이 꼬리를 친다. 돼지국밥을 무척 좋아하지만 이 돼지 그림 퍼레이드는 좀 어떻게 해 주고 싶다.

혼자서 갈 때마다 돼지국밥을 일일이 한 그릇씩 따로 불에 올려 만들어 준다. '장사를 그렇게 해서야….' 걱정이 되어서 물어보니 손님이 여럿이면 가마솥에 돼지국밥을 끓인단다.

주방 한쪽에 웬 인삼이 보여 용도를 물었더니 돼지국밥에 넣는단다. 지금까지 많은 돼지국밥을 먹어 봤다고 자부하지만 인삼이 들어간 돼지국밥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심봤다! 삼돈탕(蔘豚湯)이다." 인삼이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아줘 국밥의 향이 좋다. 인삼까지 넣어 주는 정성이 사실은 더 좋다. 체질상 인삼이 안 받는 사람은 미리 빼 달라고 요구하면 된다. 국물까지 칼칼해 겨울인데도 국밥 먹으며 비지땀깨나 흘렸다. 국물에 청양고추, 파 뿌리 등 채소가 많이 들어갔다. 비계 섞인 고기도 맛있고, 반찬도 정갈하다. 직접 담근 김치는 양념을 풍성하게 넣었다. 단골에게 주로 내놓는 묵은 김치는 일품이었다. 임명순 대표의 고향 충남 서산 스타일로 내놓는 겉절이도 아주 맛있다.

한방국밥으로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인삼을 넣지는 않았단다. 자신이 먹으려고 인삼을 샀는데 국밥에 넣어 보니 좋았단다. 인삼을 넣으면 단가가 높아지지 않을까? 임 대표는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은 부자다. 인삼 한 뿌리 더 남기려고 장사하지는 않는다. 음식은 재료를 좋은 것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인삼이 든 돼지국밥.
돼지국밥·내장국밥 5천 원, 순두부 백반 5천 원, 수육 1만~1만 5천 원. 내장 두루치기 1만 원. 부산 동구 범일동 성남이로 56번 길. 영업시간 11:00~ 21:00. 일요일 17시 개점. 010-5177-8032.


■ 손큰집

찬바람 부는 날엔 '소고기 버섯전골'

식당 분위기나 반찬 빛깔만 보아도 음식 맛이 어느 정도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 반찬이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집이라면 틀림이 없다. 매축지를 둘러싼 큰길에 위치한 '손큰집'이 그랬다. 반찬들이 눈을 초롱초롱 뜨고 서로 "날 드시라"며 경쟁적으로 광이 났다.(알고 보니 매일 새벽 5시 매축지 새마을금고 앞에서 열리는 새벽시장에서 장을 본 덕분이다.)

여기도 그렇고 매축지 밥집에는 어딜 가도 구운 생선 몇 마리가 올라와서 좋다. 누추한 곳을 찾아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이라고나 할까. 소시지 반찬이 무척이나 반가워서 손이 먼저 간다. 옛날엔 그렇게 좋아했는데 역시나 맛은 별로다. 소시지가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거다.

'손큰집'은 소고기 버섯전골로 이름이 났다. 겨울을 알리는 비가 오는 날 느타리와 새송이 버섯이 듬뿍 든 소고기 버섯전골을 안주 삼아 반주를 했다. 보글보글 끓는 전골이 목구멍에 흘러내리니 꼭 따끈한 사우나에 들어온 기분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 샘솟는다.

전골을 어느 정도 먹었으면 마무리로 라면이나 칼국수 사리를 넣어서 먹으면 좋다. 푸짐한 버섯 육수에 면이 들어가니 얼마나 더 맛나질까. 라면 사리 위에 새로 파와 버섯을 듬뿍 올려 주니 푸짐한 라면이 되었다. 매축지에서 먹는 이 정성 가득한 라면, 마다하기 어렵다.

김화경 대표는 처녀 시절 모친으로부터 항상 손이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 손 덕분인지 가게에 손님이 한 번 오면 발을 끊지 않고 계속 온단다.겨울에는 시원한 동태탕, 여름에는 반찬이 8가지나 나오는 보리밥이 인기다. 매축지라 더 깨끗하게 내려고 노력한단다. 가게를 아침저녁으로 청소하고 수저와 컵도 삶아서 낸다. 

소고기버섯전골은 나중에 칼국수 사리를 넣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소고기 버섯전골 1만 5천~2만 5천 원. 두루치기 6천 원, 된장찌개·김치찌개 정식 5천 원, 보리밥 5천 원. 영업시간 09:00~21:30. 일요일 휴무. 부산 동구 범일5동 68-560. 051-642-1717. 글=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좁은 미로 같은 매축지 골목.

그 밖의 맛집 이 집도 좋아요~

매축지엔 이름 없는보리밥집이 두 곳 있다. 두 곳 모두 손칼국수도 취급해 보리밥을 시키면 칼국수 국물이 나오고 생선구이 반찬이 상에 오른다. 가격 대비해 맛이 상당히 괜찮지만 가게가 많이 낡은 편이다. '범오식당'의 소고기곱창전골과 해물된장찌개도 맛있다. 매축지 마을과는 큰길을 경계로 약간 떨어진 '거창식당'의 해물뚝배기, 바로 옆 '진주식당'의 김치전골도 유명하다. 이 밖에도 '한우리식당'의 메기매운탕, '왕냄비동태찌개'의 동태찌개도 넓은 의미의 매축지 추천 맛집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