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구조선 교신으로 본 501오룡호 침몰 순간 "갑자기 물이 차 퇴선" 다급한 교신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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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소속 명태잡이 트롤선 '501오룡호'는 1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간)께 기울기 시작, 오후 6시에 완전히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다 오룡호 김계환(46) 선장으로부터 구조 요청을 받고 사고 현장에 출동한 잘리브호 김영호 감독관은 오룡호와의 교신과 현장 목격담을 담은 이메일을 사조산업 본사에 늦게 보내왔다.

김영호 감독관의 이메일에 따르면 1일 낮 12시 30분께 오룡호의 김계환 선장은 "그물을 내리고 있는데 어획물 처리실에 바닷물이 넘쳐 들어와 배가 좌현으로 기울고 있다"고 잘리브호로 연락했다. 김 선장은 "어획물이 배수구를 막았고 들어온 바닷물 양이 워낙 많아 제때 배수가 되지 않는다. 선체를 안정시키려고 노력 중인데 (배) 상태가 좋지 않으니 우리 배 쪽으로 와 달라"고 요청했다.

어획물 배수구 막아 더 악화
구조선 펌프 받아 펌핑
복원되는 듯하다
갑자기 기울어 구조 요청

잘리브호는 즉시 501 오룡호를 향해 이동했지만 강한 맞바람이 불어 속도가 나지 않아 오후 4시께야 501오룡호에 접근했다. 잘리브호가 접근 중 김 선장은 다시 "해수가 타기실로 범람해 조타기 작동이 정지돼 부득이 엔진을 정지하고 표류하는 상태에서 최대한 배수작업을 하고 있는데 역부족이다. 펌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선장은 이어 "근처에 있던 성경수산 소속 합작선 카롤리나-77호에서 펌프를 받아 배수작업을 해 처리실 수위가 낮아지고 선체가 안정을 취했다"고 김 감독관에게 전했다.

그러나, 복원되는 듯한 오룡호는 오후 4시께 갑자기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김 선장은 "배수 작업 중 갑자기 처리실 수위가 더 높아지고 좌현 경사가 더 심해져서 퇴선을 해야겠으니 구조 준비를 해 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했다.

선박은 오후 5시께 대략 북위 61도 54분, 서경 177도 9분 위치에서 침몰하기 시작해 6시에 완전히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호 감독관은 "다른 합작선이 구조한 구명 뗏목 4척이 로프로 연결돼 있었는데 1척에 4명만 타고 있었다고 들었고 다른 구명 뗏목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영호 감독관은 "선체가 갑자기 기울면서 구명 뗏목에 옮겨 타고 탈출할 상황이 못 돼 개별적으로 부유물에 의지해 탈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김영호 감독관이 타고 있던 잘리브호 2명, 다른 합작선들이 6명을 각각 구조했다. 구조자는 인도네시아인 3명, 필리핀인 3명, 러시아인 1명, 한국인 1명이다. 그러나, 구조된 한국인 선원은 저체온증으로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박진국·장병진·민소영 기자

gook72@busan.com

■501오룡호 탑승 한국인 명단

△김계환(선장·46·경남 고성) △유천광(1항사·47·부산) △김범훈(2항사·24·서울)  △김순홍(3항사 ·21·경남 김해) △정연도(갑판장·57·부산) △최기도(갑고수·60·부산) △김치우(기관장·53·부산)△김영훈(1기사·62·부산) △이장순(조기장·50·부산) △김태중(냉동사·55·부산) △마대성(처리장·56·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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